“미국에선 공영주차장에서 와이파이가 잡힌다고 박수를 치지만, 서울에선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다운받아 즐긴다. (IT기업의 산실인) 실리콘밸리보다 서울이 3∼4년 앞서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모바일 환경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모바일 인프라 구축에 과감히 투자하는 한국 정부를 (미국이) 본받아야 한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실리콘밸리가 서울에서 배워야 할 것’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서울의 와이파이 속도는 미국의 배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고 평가한 뒤 ‘영화 한 편 다운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1초로 단축되는 2020년이 되면 (서울의 와이파이 속도가) 지금보다 1000배 빨라지게 된다’는 한국 정부의 전망을 소개했다. 반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는 2020년까지 미국 가정의 무선 환경이 초당 100MB 전송 수준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데, 이 목표가 실현되더라도 한국에 비하면 600분의 1 수준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신문은 카카오톡과 배달의 민족, 쿠팡 등 한국에서 성공한 모바일 기업의 사례를 소개한 뒤 이런 성공은 1995년부터 모바일 인프라 구축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한국 정부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은 또 모바일 인프라 개선을 위해 15억 달러(약 1조6670억원)를 투자한다는 미래창조과학부의 계획을 NYT는 소개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한국의 모바일 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이 생겨날 정도로 서울은 모바일 기업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시장으로 부상했다고 NYT는 평가했다. 실리콘밸리의 ‘500Kimchi’가 대표적인 한국 전문 투자사 중 하나다.
역설적으로 한국의 모바일 기업들이 개발한 서비스가 미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건 미국의 모바일 속도가 너무 느리기 때문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한국에서 30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채팅 애플리케이션인 ‘밴드(Band)’의 다양한 기능이 미국의 열악한 모바일 환경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
NYT “美, 모바일 인프라 한국 본받아라”… 실리콘밸리보다 3∼4년 앞서
입력 2015-06-06 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