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단계별 대응 매뉴얼 세우고 국민협력 구해야

입력 2015-06-06 00:11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의 감염자 격리조치는 뒷북대응에 그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가 된 경기도 평택성모병원 방문자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고 5일 밝혔다. 복지부가 그간 고수하던 의료기관명 비공개 원칙을 버린 것은 뒤늦었지만 옳은 방향이다. 그렇지만 메르스 관련 병원 실명 공개는 평택성모병원만 한정키로 했다. 확진환자 대다수인 30명이 이 병원에서 나온 것이 이유라고 하나 나머지 해당 병원 전체 명단도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

메르스에 대해 ‘잠복기-증상출현-확진판정-격리’에 이르기까지 단계적, 체계적 대응 매뉴얼이 없다보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병원, 학교 등의 대응 수위는 아직도 제각각이다. 학교 휴업 여부에 대한 판단이 대표적이다. 복지부는 휴업을 하지 말도록 종용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휴업을 허용하는 입장이다. 일선 학교들은 학교장 재량으로 결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메르스 의심환자에 대한 확진 절차가 더디고 복잡한 것도 시정돼야 한다. 현재 메르스 의심환자의 확진 판정은 질병관리본부에서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일선 보건소들은 의심환자의 타액 등 가검물을 갖고 직접 충북 오송에 있는 질병관리본부로 배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 지자체 산하 보건환경연구원에서도 메르스 양성 여부를 검사할 수 있지만 이 기관 역시 양성 반응이 나온 가검물을 질병관리본부에 다시 보내야 한다. 같은 일을 두 번 하는 낭비임은 물론 확진 판정도 늦어진다.

정부는 당장 단계별 대응전략을 재수립해 지자체, 공공기관, 민간기업들과 공유해야 한다. 메르스에 대해 입증된 확실한 위험에 대해서는 적극 알리고, 불확실한 위험이나 향후 사태진전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단계별로 대응 지침을 작성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자가 격리 대상자에 대한 행동지침과 자가 이탈에 대한 효율적 통제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 경찰은 자가 격리 대상자가 주거지 이탈을 계속 시도할 경우 의료시설에 강제 격리키로 했다고 5일 밝혔다.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격리 대상자의 주거지 이탈을 예방하기 위한 민·관 협력체계를 가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