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첫 메르스 확진 이후 정부는 해당 병원·지역 비공개 원칙을 철저히 지켜왔다. 불필요한 공포를 유발하고 그 병원에 꼭 가야 하는 다른 환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는 이유에서였는데, 16일 만에 이 원칙에서 한 발 물러섰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5일 그동안 ‘B병원’으로 불리던 곳이 평택성모병원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15∼29일 이 병원을 찾았던 사람을 전수조사하겠다고 했다.
평택성모병원은 첫 환자 A씨(68)가 지난달 15∼17일 입원했던 곳이다. 그와 같은 병동에 있었던 환자와 환자 가족이 무더기로 감염됐고, 그 2차 감염자 중 2명(14·16번 환자)은 다른 병원에서 3차 감염을 일으켰다.
보건 당국이 평택성모병원 이름을 공개한 것은 이곳이 거대한 ‘바이러스 증폭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 장관은 “평택성모병원을 폐쇄한 뒤 열흘이 지났고 또 소독을 했는데도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다. 바이러스의 공포가 상당히 컸을 수 있다. 밀접 접촉자뿐 아니라 간접 접촉자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병원명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환자나 가족뿐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이곳을 거쳐 간 모든 사람을 자진신고 방식으로라도 찾아야 할 상황이 됐다는 뜻이다.
하지만 다른 발병 병원 이름은 비공개를 유지했다. 문 장관은 “앞으로 이 병원처럼 대규모로 환자가 나오는 곳이 있으면 동일하게 공개하고 동일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모든 발병 병원의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 나오고 있다. 메르스가 ‘병원 내 감염’ 방식으로 퍼지고 있는 만큼 관련 병원을 알려 조심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불명의 ‘병원 리스트’가 떠돌아 혼란을 부추기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논리다. 미국과 프랑스는 각각 지난해와 2013년 메르스 환자 발생 때 지역과 병원을 공개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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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6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