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감염내과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전파력과 중증도가 과장돼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난 3주간 양상을 봤을 때 공기전염이었다면 결코 이 정도 수치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이다. 손 씻기와 기침 에티켓 등 개인위생 수칙만 잘 지키면 메르스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내 감염내과 전문의 4명이 말하는 메르스 공포, 무엇이 문제인지 들어봤다.
정리=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오명돈 서울대병원 교수
바이러스가 병원 밖으로 나와 지역사회에서 확산되지 않을까가 초미의 관심이다. 그러나 그런 우려는 근거가 없다. 병원 내 확산과 지역사회에서의 확산은 전파양상이 확연히 다른 까닭이다.
병원은 지역사회와 달리 환자들이 모이는 특수 환경이다. 병원은 각종 병균의 집합소나 다름없는 곳으로 태생적으로 어떤 감염병이라도 쉽게 번질 수 있는 구조다. 가정은 이와 다르다.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따르면 감염 후 집에서 지낸 메르스 환자 26명의 가족 2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차 감염 사례는 12명(4%)에 불과하다.
NEJM은 100만명이 넘는 이슬람교도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지만 성지순례 시 메르스에 걸린 예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공기전염의 가능성, 즉 메르스 바이러스가 기존 바이러스와 같다면 병원 밖 지역사회 확산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다른 변종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아니다. 전례가 없는 일이니 국내 발생 패턴을 가지고 분석해 보자. 첫 환자가 발생한 것은 5월 11일이었다. 이때부터 다음 환자 발생 시점은 잠복기를 거쳐 평균 7일이다. 5월 18일, 25일, 6월 1일 순으로 3주기가 지난 셈이다.
만약 한 환자가 매주기 최소 10명 이상에게 전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면 지역사회에서도 최소 1000명(10×10×10명) 이상의 환자가 생겼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병원 밖 지역사회 감염자는 아직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공기감염의 가능성을 일축하는 명백한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무릇 방역 대책은 그 질병의 위험도 평가를 근거로 수립, 시행되게 마련이다.
메르스의 경우에도 첫째, 병원 밖 지역사회에서 확산돼 수많은 사람이 걸리고 둘째, 이들 감염자 중 상당수가 폐렴→중환자→사망으로 간다는 가정 하에 실시되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첫째 조건도 충족되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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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6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