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국제축구연맹 회장

입력 2015-06-06 00:10

회원국 규모로는 세계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을 능가하는 기구나 조직은 아직 없다. FIFA 회원국은 209개국으로, 205개국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보다 많다. 유엔 회원국이 193개국이고, 2차 세계대전 이후 탄생한 독립국가 중에 유엔보다 먼저 FIFA에 가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걸 보면 지구촌의 축구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할 수 있다.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7개국이 1904년 5월 21일 파리에 모여 창설한 ‘미니 조직’ FIFA가 오늘 같은 위상을 누리는 데는 역대 회장들의 공이 컸다. 1921년부터 54년까지 무려 33년 동안 재임한 3대 회장 줄 리메는 4년마다 지구촌을 광란의 도가니로 빠지게 만든 월드컵을 실현시킨 주인공이다. 6대 회장 스탠리 루스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FIFA의 재정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주앙 아벨란제가 1974년 7대 회장에 취임하고 FIFA가 상업화되면서 병폐가 쌓이기 시작했다. 그는 재임 24년간 축구를 인기 종목으로 발전시키고, FIFA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이바지했으나 독재적 리더십과 비밀주의식 재정 운영으로 FIFA를 마피아 집단으로 전락시켰다는 혹평을 받았다. 8대 회장 제프 블라터 역시 아벨란제 식으로 17년간 FIFA를 이끌다 얼마 전 5선에 성공한 지 나흘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이제 전 세계 축구팬의 관심은 누가 차기 FIFA 회장이 되느냐에 쏠려 있다. 이번 경선에서 블라터와 맞붙었던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를 비롯해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FEA) 회장, 쿠웨이트 왕족인 알 사바 FIFA 집행위원, 미셀 반 프래그 네덜란드 축구협회장, 이사 하야토 아프리카축구연맹 회장, 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인 축구 스타 루이스 피구 등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겸 FIFA 명예부회장도 출마를 검토 중이다. 기왕이면 정 명예회장이 당선돼 국가의 위상을 드높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누가 새 회장이 되든 블라터를 반면교사로 삼아 대대적인 FIFA 개혁에 나섰으면 한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