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일상의 신비와 영성

입력 2015-06-06 00:57

지금 내가 서있는 일상의 자리는 주님이 주신 축복의 장소입니다. 성숙한 성도는 일상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하고 감사함을 느낍니다. 광야에서 고통스러워하던 선지자 엘리야가 발견한 진리가 이것이었습니다.

엘리야는 갈멜산에서 우상숭배를 했던 바알의 선지자들과 홀로 싸워 이겼습니다. 그러나 아합의 왕비였던 우상숭배자 이세벨이 그의 목숨을 노리자 엘리야는 두려움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는 광야로 들어가 죽기를 바랐습니다. “하나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때에 어디에 계셨습니까?” 그러자 하나님은 엘리야에게 산 중턱에 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강한 바람이 일어났고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또 불이 나타났습니다. 그런 것들에 주님은 계시지 않았습니다. 주님은 ‘세미한 소리’ 가운데 계셨습니다(왕상 19:12). 강렬한 바람과 지진, 불 속에서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일상 가운데 주님이 계셨다는 것입니다. “엘리야야 내가 어디 있냐고? 너의 평범한 일상 속에 있단다. 내가 보이지 않느냐?”

호주의 신학자 마이클 프로스트는 그의 저서 ‘일상, 하나님의 신비’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초자연적 차원과 그 권능을 믿는다. 그러나 우리가 그런 차원만 추구하다 보면 잃는 것이 너무 많지 않을까 싶다. (중략) 친구가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분(하나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맛있는 음식과 감미로운 대화에서 그분을 맛보지 않는가? 하나님의 나라는 이 세상 도처에서 확장되고 있다. 우리가 굉장한 사건에 주목하는 것처럼 일상적인 삶 속에서도 하나님의 은혜를 맛보기로 하자.”

저자는 이것을 ‘일상의 기적’이라고 불렀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하나님의 거룩함이 빛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필요한 경우 기적을 일으켜서 극적이고 신비롭게 우리를 인도하십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일상적인 삶 속에서 우리를 부르시고 우리와 동행하십니다. 일상은 하나님의 신비로 싸여 있습니다. 성숙된 신앙은 사소하게 보이는 일상에서 하나님의 신비와 기적을 보며 감동하고 감사하는 삶입니다.

우리는 밖에서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할 때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주변을 둘러보십시오. 따뜻함을 주는 햇빛이나 아름다움으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꽃,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공기 등은 모두 공짜입니다. 우리가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외에도 주변에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귀한 것들을 모두 거저 주셨습니다. 한 번도 이것들에 대한 값을 지불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당연해 보이는 일상을 사는 것은 사실 하나님의 은혜 덕분에 가능한 것입니다. 우리는 특별한 것에 대해 감사를 합니다. 그러나 당연한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지 않습니다. 주위의 사소한 것들에는 주님의 사랑과 은혜, 충만함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이것을 깨닫고 누리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한재욱 목사(서울 강남비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