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낮이 가장 긴 날 하지가 있는 6월이다. 북반구에 사는 우리에게는 여름의 시작이나 남반구는 겨울의 시작이다. 어느 해건 6월이 시작되는 요일은 다른 달이 시작하는 요일들과 항상 다르다. 또한 6월이 끝나는 요일은 3월의 마지막 날 요일과 늘 동일하며, 6월 1일의 요일은 다음 연도의 2월 1일의 요일과 똑같다. 이와 같이 우연인 듯하나 나름의 방향성과 일정한 규칙을 지니고 이로부터 유지되는 질서를 항상성이라 한다.
‘자연(自然)’이란 ‘스스로 그러한 것’을 한자음으로 차용한 낱말이다. 스스로 그러하다는 것은 어떠한 왜곡이나 외부 작용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타율보다는 자율, 타성보다는 본성에 충실한 상태를 지닌 개인 또는 조직은 자연스러운 시스템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시스템은 일체의 교란이나 왜곡을 벗어나 본래의 모습이나 상태로 돌아오려는 고유한 본질(항상성)을 지니고 있고, 이 본질이 구현되는 과정에서 자연의 이치가 목격된다.
우리 역사 속 6월은 의미 깊은 뜨거운 몸짓을 담고 있다. 멀지 않은 과거 일제에 항거한 6·10만세운동이 일어났으며, 잔혹한 전쟁 한국동란이 발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죽음으로써 숭고한 가치를 지켜낸 순국선열을 기리기 위한 현충일 또한 6월에 있다. 가깝게는 일명 넥타이부대가 주도한 6월 민주화 항쟁이 있기도 한 달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가장 우선시되는 전략은 삶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면서 자신의 유전자를 지구상에 안정적으로 남기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사, 의사분들이 단명한 삶을 선택, 얻고자 했던 것은 왜곡되지 않은 스스로 그러한 본래 모습의 조국을 되찾는 것이었다.
조국의 산하를 지키는 것은 보기 좋은 온실 속 화초가 아니라 추위와 바람에도 그 생명력을 놓지 않는 보잘것없는 외모의 야생 들풀이다. 이러한 자연의 이치는 스스로 그러한 것만큼 아름답고 강한 것이 없음을 보여준다. 외모 지상주의가 야기한 몰개성적 성형시술이 넘치는 요즘, 단지라는 극한 방법으로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신념을 세운 안중근 의사의 ‘스스로 그러한 순리,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경천’ 유묵점을 현충일 다시 새겨본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사이언스 토크] 스스로 그러함과 6월
입력 2015-06-06 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