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러 기싸움에… 마케도니아 ‘제2의 우크라이나’ 되나

입력 2015-06-05 03:00

최근 친정부와 반정부 시위대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발칸반도의 마케도니아를 놓고 러시아와 서방이 신경전을 벌이면서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러시아가 마케도니아를 비롯해 발칸 지역 국가들을 관통하는 가스관 사업인 터키스트림(Turkish Stream)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유럽연합(EU)이 최근 마케도니아 내정에 관여하면서 러시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와 서방은 기존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유럽 내 동진(東進) 정책을 놓고 대결을 벌여왔다.

마케도니아에서는 야당인 사회민주주의연합(SDSM)이 니콜라 그루에프스키 총리의 민간인 도·감청 파일을 공개하면서 수도 스코페에서 내각 총사퇴와 마케도니아의 EU 가입을 요구하는 시위가 시작됐다. 시위가 정부의 친러시아 정책에 불만을 품은 소수민족 알바니아계를 중심으로 번져 민족 갈등의 양상까지 더해졌다. 최근 경찰과 알바니아 주민 사이에서 총격전이 발생해 주민 10여명이 사망하는 일도 발생했다.

여기에 유럽과 나토, 러시아가 개입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이 3일(현지시간) 전했다. 혼란이 계속되자 EU가 마케도니아의 안정을 위해 조기 총선을 제안하는 등 중재에 나섰다. 이에 러시아가 불만을 표시했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옛 소련 국가들이 EU 및 나토에 가입한 데 이어 옛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연방에 소속돼 있던 발칸 국가들도 나토에 가입한 상황이다. 마케도니아까지 나토 및 EU가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러시아가 반길 리 없다.

마케도니아는 2005년 EU 후보국이 됐으나 국가명에 대해 그리스가 “자국에 같은 이름을 가진 주(州)가 있다”면서 국가명을 바꿔야 한다고 반발해 아직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마케도니아 정부가 러시아의 터키스트림 사업을 지지하는 것도 러시아가 EU의 마케도니아 개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 중 하나다. 마케도니아와 마찬가지로 옛 유고연방 국가인 세르비아 등 터키스트림 루트에 있는 나라들과 러시아가 동맹을 강화하는 것을 서방은 꺼림칙하게 생각한다. 러시아가 터키스트림 건설을 통해 서방의 제재로 인한 경제위기뿐만 아니라 정치적 위기도 타개하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한 러시아 관리는 WSJ에 “우리는 외부의 다른 세력(서방)이 옛 유고연방에서 힘을 쓰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역시 “지금 마케도니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외부에서 노골적으로 조종하고 있는 것”이라고 서방을 정면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는 이날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 간 지난 2월 휴전협정(민스크 협정) 체결 이후 최대 규모의 교전이 벌어져 최소 20여명이 숨졌다. 도네츠크주 분리주의자들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관계자는 “정부군이 오늘 새벽 3시45분쯤부터 공화국 국경 모든 전선에서 포격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여전히 9000여명의 러시아 정부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활동하며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EU 대변인도 “교전과 동시에 막대한 양의 중화기가 반군 진영으로 이동하는 것이 목격됐다”며 이는 중화기를 전면 철수하기로 규정한 민스크 협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EU 측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