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하락 덕분에 지난 1분기 실질구매력이 5년9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저축률 또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물건을 살 능력이 있어도 소비를 하지 않은 것인데 이로 인해 경제성장률은 4분기 연속 0%대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은 ‘2015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서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전 분기보다 4.2% 증가해 2009년 2분기(5.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4일 밝혔다. GNI는 국내외에 있는 우리 국민이 일정기간 벌어들인 임금, 이자, 배당 등의 소득을 모두 합친 것으로 재화를 구입할 수 있는 실질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한은 경제통계국 김화용 과장은 “유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교역조건이 크게 개선됐고 이자·배당소득 증가로 국외 순수취 요소소득이 증가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국외 순수취 요소소득은 우리 국민이 외국에서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를 제공한 대가로 받은 소득(이자·배당 등)이다.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 생산설비 확충에 따라 배당소득 등이 늘어난 것이 국외 순수취 요소소득 증가 원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1분기 총 저축률도 36.5%로 1998년 3분기(37.2%) 이후 16년6개월 만에 최고치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소득 정체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저축률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8% 올라 4분기째 0%대 저성장 국면을 이어갔다. 소비·투자·수출이 모두 정체됐지만 정부의 부동산 완화 정책에 따른 건설투자 지출증가율이 7.4% 급증하면서 전 분기(-7.8%)에 비해 급반등하면서 그나마 GDP를 지탱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저유가 덕 총소득 반짝 증가…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찬바람
입력 2015-06-05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