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비상] 사스 땐 초동 방역 빠르고 폭넓게… 이번엔 정반대

입력 2015-06-05 02:39

메르스는 2003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닮은꼴이다. 모두 감기와 비슷한 초기 증상을 보이고, 폐렴·급성호흡곤란으로 악화되며, 예방백신과 치료제가 없고, 동물에서 사람에게 옮겨진다. 하지만 지금의 메르스 사태는 전파 속도와 정부 대처 등 모든 면에서 사스 대유행 때와 차원이 달라 국민 불안을 키우고 있다.

사스는 2002년 11월 중국에서 처음 발병해 주로 아시아 국가를 휩쓸었다. 2003년 7월까지 9개월간 8098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774명이 숨졌다. 하지만 국내 사스 환자는 3명뿐이었다. 그것도 모두 해외에서 유입됐지 국내 전파 사례는 없었다.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다. 보름여 만에 상황이 종결됐다. 한국은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사스 예방 모범국’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메르스는 이와 대조적이다. 지난달 20일 첫 환자 발생 후 보름 만에 감염자가 36명 발생했고 3명이 숨졌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메르스 발생 세계 3위라는 오명을 갖게 됐다. 메르스 치사율은 40.8%로 사스(9.6%)보다 4배가량 높지만 전염력은 낮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 감염·격리자 수를 보면 메르스 전파의 체감 속도는 사스보다 훨씬 빠른 상황이다.

정부의 대처 수준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12년 전 사스 때는 첫 환자 발생 사흘 후인 4월 28일 당시 고건 국무총리 지휘 아래 범정부 차원의 사스종합상황실이 꾸려져 국가적 재난으로 발전하는 것을 성공적으로 막았다.

초동 방역도 빠르고 폭넓었다. 무려 90여만명을 검역해 조기에 의심 및 추정 환자를 찾아냈다. 국내 2차 감염을 완벽하게 막아낸 건 이처럼 신속하고 광범위한 초동 대응 덕이었다. 입국자들에 대한 철저한 검역과 격리 조치가 취해졌고 권역별 격리치료 병원 41곳, 138병상을 지정해 환자 치료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엔 메르스 감염자 발생 14일 만에야 관계부처 장관회의가 열렸다. 또 최초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들을 직접 통제하지 않았다. 지침만 알려주고 스스로 지키게 하는 자택 격리를 택했다.

이런 패착은 보건 당국이 직접 통제할 만큼 메르스의 전염성이 크지 않다는 오판에서 비롯됐다. 때문에 사스 때와 달리 보건 당국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 전문가들은 “모범적 방역국이 12년 만에 메르스 민폐국이 됐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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