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가축분뇨 해양투기 금지 4년, 축산농마다 처리 고민인데… 공동 처리시설 제자리 ‘악취와 전쟁’

입력 2015-06-05 02:18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직원 A씨(42)는 지난해 본사의 전남 나주 혁신도시 이전에 따라 고민 끝에 온 가족과 함께 나주 빛가람동에 위치한 신축 아파트로 이사했다. 그러나 신도시가 정착되면 생활환경도 점차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는 얼마 가지 못했다.

혁신도시 바로 외곽에 산재돼 있는 양돈 축사에서 넘어오는 악취 때문이다. 비 오는 날이나 저녁에는 악취가 심해져 창문을 열어놓기조차 힘든 경우도 많다. 집뿐 아니라 사무실에서도 말로 표현하기 힘든 퀴퀴한 냄새 때문에 창문을 닫아놓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습하고 더운 여름이다. 어린 아이들과 아내라도 다른 곳에 가 있게 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축산농가에서 나오는 악취가 심각한 지역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도시에 살다 귀농하는 사람 등이 늘면서 지방자치단체마다 관련 민원이 급증하는 실정이다. 지난해 aT 본사에 이어 올해 한국전력 본사가 이전한 나주 혁신도시가 대표적이다. 혁신도시 600m 인근에 축산단지가 있어 악취 문제가 심각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관광객 증가, 귀촌 붐 등으로 축산 악취 관련 분란을 앞서 겪은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달부터 아예 하절기 대비 ‘냄새민원 상시 방제단’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축산 악취의 주범은 가축의 배설물이다. 특히 분뇨의 성분상 비료화가 잘 되지 않는 돼지 배설물 처리는 2011년 가축 분뇨 해양 투기가 금지되면서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됐다. 그냥 쌓아놓기만 해도 자연스레 퇴비가 될 수 있는 소 분뇨와 달리 돼지 분뇨는 수분 등이 많아 별도 처리해야 하는 탓에 과거엔 상당 부분 바다에 버렸는데 이 방식이 금지되면서 축사 내 쌓이는 양이 늘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가축분뇨 자원화 시설 등 공동처리 시설 확충 방안을 추진해 왔지만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가축분뇨 공동 자원화 시설은 지난 1월 기준 전국에 75곳으로 2012년(54개) 이후 21곳 늘어나는 데 그쳤다. 75곳의 시설이 처리할 수 있는 분뇨는 1년에 약 220만t 정도로 지난해 발생한 가축분뇨 총량(4623만t)의 5%에도 못 미친다. 공동 자원화 시설을 님비(지역이기주의) 시설로 받아들이는 인식이 아직 팽배해 설치 자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세하고 고령화된 농가들의 자원화 시설 이용 의지도 낮다. 이대로는 농식품부가 지난해 1월 ‘지속 가능한 친환경 축산 종합대책’에서 제시한 공동 자원화율 목표 17%(2017년) 달성은 실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도 현실적 한계를 인정, 당장 농촌 지역 분란의 원인이 되고 있는 악취 해소 쪽에 정책 방향을 맞추려 하고 있다. 내년부터 각 축사 내에 액비(분뇨) 순환 시스템 설치 등 개별 축사 내에서 악취를 낮출 수 있는 시설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계속 발생하는 가축분뇨를 근본적으로 처리할 시설을 마련하고 열악한 축산 환경을 개선하지 못하는 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도 “악취 해소가 근본 해결책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중장기적으로 공동 처리시설 설치에 대한 지역 반대를 해소할 방안 등을 찾기 위한 노력도 계속 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