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가 안된 지방의원들… 순천 시의원, 시장에게 “어디 건방지게”

입력 2015-06-05 02:53

전국 지방의회 의원들의 탈선과 일탈행위가 또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시장에게 공개석상에서 막말을 하는가 하면 남의 물건에 손을 대고, 공무원을 상습적으로 괴롭히는 ‘갑질’ 행태까지 줄줄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전남 순천시의회 소속 임모(57) 의원은 지난 1일 순천시의회 제194회 임시회 본회의 시정질의 과정에서 조충훈(63) 순천시장에게 “어디 시장이 건방지게”라면서 막말을 쏟아냈다.

임 의원은 전임 시장 때 변경된 지구단위계획 관련한 시정질의 도중 조 시장을 ‘거짓말장이’라고 몰아세우며 2시간 동안 단상에 세워 질의를 이어갔다.

조 시장은 “위법이 없고 정상적인 행정절차를 밟아 진행했으며 위법이 있으면 고발하라”고 맞서며 질의를 끝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임 의원이 “어디 시장이 건방지게”라면서 “누구 마음대로 끝내려 하냐, 시장이 건방지게”라며 연이어 고성을 질러댔다. 이런 장면은 인터넷으로 생중계돼 순천시 공무원은 물론 시민들까지 지켜봤다.

경북 울진군의회 이모(66)의장은 지난달 21일 경남 울주군 언양읍 소재 모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화단에 있던 1m 크기의 소나무 한그루를 자신의 집으로 가져온 혐의(절도)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그는 당시 울진군의원, 주민 등 30여명과 함께 버스로 한국철도시설공단 영남본부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식당에 들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장은 “일행이 실수로 나무를 넘어뜨려 안타까운 생각에 가져온 뒤 주인에게 사과하고 양해도 구했다”며 “훔칠 생각은 없었지만 어쨌든 모든 게 내 책임으로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지방 의원이 공무원을 구타하는가 하면 상습적으로 괴롭히며 ‘슈퍼갑질’ 행태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구 달서구의회 허모(43) 의원은 지난해 9월 타 시·도의회 비교견학 차 전남 무안군에 갔다가 의전 소홀 등을 이유로 자신보다 15살 많은 공무원의 정강이를 세게 걷어차 윤리특위에서 ‘출석정지 25일’의 징계를 받았다.

전북도의회 정모(37) 의원은 의회 내 여직원의 계약직 연봉책정기준표를 몰래 얻어내 공개하고, 자신의 지시에 대응이 늦은 직원들에게는 “뺑뺑이를 돌려봐야 정신나겠느냐. 맛 좀 봐야 정신차리겠느냐”는 등의 비하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정 의원과 또 다른 의원은 지난 3월 전북도의회의 유럽 해외연수에서 새벽 1시쯤 전문위원과 여직원에게 “컵라면을 가져다 달라”고 카톡문자와 전화로 심부름을 시키는 ‘갑질’ 행태를 보였다. 정 의원은 또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자신이 수개월간 괴롭힌 이 여직원의 좌석을 발로 차거나 잡아당기는 등의 추태를 부리기도 했다. 정 의원은 사건이 불거지자 일부 사안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사업 추진 과정에서 편의제공 명목 등으로 뒷돈을 챙겼다가 사법처리된 의원들도 수두룩하다. 전북 전주시의회 김모(58) 의원은 “토지 감정가를 높여주겠다”며 로비자금 3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지난달 28일 전주지법에서 벌금 1000만원, 추징금 356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 의원은 2012년 한 유통회사 대표를 만나 “국가식품클러스터 부지로 편입된 30억원 상당의 전북 익산시 땅의 감정가를 40억원 이상으로 높여주겠다”며 365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순천=김영균 기자 전국종합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