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차기호위함 비리의혹] ‘소음·진동’ 엔진 선정… 현역 소장, 압력 의혹

입력 2015-06-05 02:35

2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해군 차기호위함(FFX) 2차 사업 함정에 탑재될 엔진이 소음과 진동 부문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엔진은 영국 등 전 세계적으로 소수 국가만 채택하고 있으며, 우리 해군은 한 번도 운용한 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문제의 엔진 채택과 관련, 해군의 최신형 해상작전헬기인 ‘와일드캣(AW-159)’ 도입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조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에 체포된 현역 박모 소장이 관여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인적 커넥션이 작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군 관계자는 4일 “2017년쯤 전력화될 예정인 차기호위함 2차 사업에 부적절한 엔진이 채택됐다”며 “박 소장이 차기호위함의 추진 개념을 바꿔 특정 회사에 유리한 제품이 채택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박 소장은 해군본부 전력기획부장 재직 시 모두 8척을 전력화하는 차기호위함 2차 사업의 추진 개념을 기존 ‘기계식’에서 전기식과 가스터빈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식’으로 바꿨다고 한다. 그는 이에 따라 기존 해군이 사용하던 A사 엔진 대신 B사 제품이 채택됐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A사 엔진은 전 세계 함정에 널리 사용되던 제품이었고 그간 해군이 운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당시 선정된 엔진은 전 세계에서 약 1%에 해당하는 함정에만 사용되고 있어 검증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B사 엔진이 채택된 데는 B사와 해군 전·현직 장교 간의 인적 커넥션이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차기호위함 2차 사업 추진 시 박 소장 아래에서 실무를 담당하며 엔진 추진 개념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C대령(해사 37기)은 전역 후 이 회사 한국지사에 취업했다. 이와 함께 해사 31기 출신 예비역 준장이 이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해군본부는 “선박의 소음 감소와 운영 효율화를 위해 선진국들도 사용하는 추진 개념으로 바꾼 것”이라며 “엔진 선정 과정에서 부적절한 점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추진 엔진은 호위함의 핵심적인 동력이어서 부적절한 엔진이 채택됐다면 앞으로 호위함 운영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어 해군의 전력 운용에 차질이 예상된다. 차기호위함 사업은 북한 잠수함에 대응키 위해 우리 군의 수상전력을 강화하는 사업으로 1, 2, 3차 사업을 통해 20여척이 도입될 예정이다.

차기호위함 1차 사업도 조타기 유압펌프에 모조 부품이 사용되는 등 부품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전력화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