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전파 방식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4일 새롭게 발견된 환자 5명 중 2명은 병문안을 위해 B병원을 찾았다가 감염됐다. 이들이 병동에 머문 시간은 불과 30분∼1시간이었다. B병원은 첫 환자 A씨(68)로부터 무더기 2차 감염이 일어난 곳이다.
상급종합병원 의사인 35번째 감염자는 메르스 환자를 직접 진료한 것도 아닌데 병이 옮아 3차 감염자가 됐다. 두 사례 모두 ‘밀접 접촉’으로 전염된다는 보건 당국 설명과 어긋난다.
◇보건 당국, ‘병문안 감염’ 설명 못해=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확진 판정을 받은 32번(54)과 33번(47) 환자는 지난달 15일 B병원에 입원한 32번의 어머니를 병문안했다. 어머니는 지난달 29일 확진 판정을 받은 11번 환자 K씨(79)다.
친구인 두 사람이 병실에 머문 시간은 1시간이 채 안 된다. 보건 당국은 사태 초기 ‘메르스 환자와 2m 이내에서 1시간 이상 접촉했을 때 감염 우려가 있다’고 밝혔었다. 이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는데도 감염된 것이다. 당국은 4일 배포한 ‘메르스, 꼭 알아야 할 10가지’ 자료에서는 ‘1시간 이상’이라는 조건을 슬그머니 빼버렸다.
당국은 짧은 시간에 이뤄진 감염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권준욱 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보건복지부 국장)은 “B병원에서 이뤄진 병원 내 감염은 상당히 특이한 양상”이라며 “아주 심각하게 자료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단 공기 전파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의사인 35번 환자(38)도 밀접 접촉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감염됐다. 그는 2차 감염자인 14번 환자 N씨(35)가 아닌 그 옆의 다른 환자를 진료했었다. 정작 N씨를 진료한 의사는 지금까지 아무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B병원이 문제아”라는데…=B병원에서 3차 감염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문도 커지고 있다. 최대 잠복기의 마지막 날(지난달 31일)이 지났는데도 B병원 입원환자, 입원환자의 가족, 의료진에게서 확진자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B병원 관련 감염자 중 가족관계인 사람이 상당수다. 당국은 이들에게서 잠복기간 내에 증상이 나타났으므로 B병원 관련 환자는 모두 첫 환자 A씨에게서 감염됐다고 본다.
다만 당국의 뉘앙스는 B병원 내 2차 감염이냐, 3차 감염이냐를 따지기보다 ‘병원 내 감염’을 강조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권 국장은 “병원 내에서의 긴밀한 접촉을 통한 비말 감염이라는 점에는 추호의 흔들림도 없다”면서 “결국 B병원이 핵심적인 문제아”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전파 방식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한 당국이 B병원에 책임을 씌워 마무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병원 내 감염이란 가설은 B병원 의료진의 감염 비율(현재까지 2명)이 현저히 낮은 현상도 설명하지 못한다.
◇바이러스 변이 여부 결과 나온다=여러 의문을 풀 수 있는 변수는 바이러스의 유전자 변이다. 국내에 들어온 메르스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쳐 전파력이 더 세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 당국은 국내외 연구소에서 검사를 진행 중이다. 국립보건연구원의 검사 결과는 이르면 5일 나온다. 당국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네덜란드의 에라스무스 메디컬센터에도 검사 의뢰 절차를 밟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역학조사 결과와 검체조사 결과 등이 나오면 전문가와 논의해 특단의 대책을 발표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메르스 관리 방안을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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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5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