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증을 가진 만 17세 이상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통적 경험이 있다. 구청이나 동사무소 직원의 설명에 따라 10개 손가락 지문을 일일이 날인하는 일이다. 이는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2011년 만 17세가 된 김모씨 등 3명은 지문 날인을 거부했다. 이들은 주민등록증을 만드는 데 개인의 생체정보인 지문 전부를 요구하는 정부 시행령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냈다.
김씨 등은 해당 규정이 상위법인 주민등록법의 입법 목적을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의 거주관계, 인구동태의 명확한 파악, 주민생활의 편익 증진’을 위해 국가가 국민의 모든 지문정보를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주민등록법에 10개 손가락의 지문 전부를 채취해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1968년 도입된 지문날인제도의 주된 목적은 간첩이나 불순분자, 범죄자 등을 손쉽게 식별·색출하기 위한 것이었다. 김씨 등은 국가가 만 17세 이상 국민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범죄자나 외국인이 아닌 자국민의 지문정보를 관리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헌재는 김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재판관 6(합헌)대 3(위헌) 의견으로 주민등록법 시행령 별지 30호 서식에 대한 위헌확인 청구사건에서 합헌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지문정보는 일반적 개인정보와 달리 종교·학력·병력·직업 등 개인의 인격에 밀접히 연관된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고 전제했다. 경찰청장이 국민의 지문정보를 수집해 범죄수사 목적 등에 이용한다 해도 개인이 현실적으로 입게 되는 불이익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범죄수사나 대형 사건사고에서 변사자가 발생한 경우 지문정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공익이 더 크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사진을 통한 신원 파악은 용모가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부정확하며, 유전자·홍채·치아 정보 등은 지문에 비해 수집·보관에 있어 인권침해 우려가 크다는 점도 고려됐다. 다만 지문정보를 수집·보관하는 목적과 대상·범위·기한 등을 주민등록법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입법 개선의 노력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위헌 의견을 제시한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재판관은 10개 지문을 모두 채취하는 것은 과하다고 봤다. 범죄수사나 신원확인 등에 있어서도 엄지손가락 지문을 대조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여권 발급이나 무인 민원발급기 등에서는 엄지손가락 지문만 사용되고 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생각해 봅시다] 憲裁 “주민등록 열 손가락 지문 날인은 합헌”
입력 2015-06-05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