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파문에도 목소리 더 높인 與 ‘집안 싸움’

입력 2015-06-05 02:37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운데)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유승민 원내대표, 오른쪽은 서청원 최고위원. 김 대표는 메르스 확산으로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당내 분란의 자제를 요청했으나 집안싸움은 계속됐다. 구성찬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으로 새누리당 내부에서 집안싸움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거듭 제기되고 있지만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싼 내홍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일부 최고위원들은 유승민 원내대표 책임론에 대한 공세 강도를 높여가 지도부 내 앙금도 깊어지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우리는 메르스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위중한 시기에 정치권이 구태의연한 정치공방에 몰두하면 설자리를 잃는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치권이 정략적으로 국민 갈등을 부추기고 정치적 도의에 어긋나는 말로 서로 비방하는 건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며 “메르스가 진정될 때까지 여야 간 날 선 상호 비방이나 정치공세를 자제할 것을 제의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친박(친박근혜)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이 곧바로 “김 대표의 발언은 문제가 있다”며 불쾌감을 표했다. 서 최고위원은 “아무리 대표라 하더라도 국회법 개정 문제에 대해 얘기한 사람들이 전부 싸움을 일으키는 사람이라고 하고, 본인은 아무것도 없다는 식으로 다른 사람들을 나무라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여야 간 공방 자제를 부탁한 것으로서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해명했지만 앙금은 풀리지 않았다. 서 최고위원은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본인이 해명했으니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면서도 “상당히 불쾌한 얘기다. 대표는 정제된 말을 써서 오해 살 만한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책임 추궁 강도도 세졌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둘의 대화를 언급하며 “말 하나에도 오해할 수 있을 정도로 (당에) 골이 있다는 것”이라며 “당의 갈등적 요인을 해소하지 않으면 더 깊은 갈등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에서 요구하는 당정청협의를 청와대에서 사실상 보이콧했다. ‘유승민 체제를 신뢰하지 못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라며 “책임지는 정치의 모습이 필요하다. (유 원내대표가) 용기 있는 결단으로 결자해지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사실상 사퇴를 촉구한 셈이다.

메르스 확산 국면에서 여권 내부 갈등이 부각되는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한 의원은 “지금 지역에선 메르스 때문에 민심이 매우 안 좋다”며 “이런 상황에서 집권여당이 권력투쟁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으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친박 의원들 사이에선 ‘일단 책임론 공세를 자제하자’는 분위기도 읽힌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SBS라디오에서 “지금 책임을 부각해 내분을 보이는 것처럼 비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