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없었던 내게 요리사라는 꿈이 생겼어요. 지금의 내 모습으로는 꿈을 이루는 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생각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나는 조금씩 변화해 나가겠습니다.” 꿈을 잃고 굳게 닫혔던 윤부영(가명·17)군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학교전담경찰관과 2박3일 동안 여행하면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세상을 향한 장벽이 조금씩 무너졌다. 체험 프로그램에서 만든 피자를 다른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얼어붙었던 마음이 와르르 녹아내렸다.
여러 이유로 학교를 떠나고 꿈도 잃었던 청소년들이 학교전담경찰관과 2박3일 여행을 다니면서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이뤄냈다.
서울지방경찰청(서울청)은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에 맞춰 학교 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지난달 18∼20일 시간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4일 밝혔다. 멘토 역할을 맡은 학교전담경찰관들이 학교 밖 청소년의 과거·현재·미래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마음의 문을 열도록 도와주는 데 중점을 맞췄다.
서울청은 여행 출발 한 달 전부터 참여할 청소년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회와 어른들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가득한 청소년들은 경찰관의 권유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겨우 설득해 참가하기로 승낙한 아이들 중 여행 전날 또는 당일 갑자기 불참을 통보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달 18일 첫 만남에서 학교전담경찰관은 각양각색 아이들의 모습에 우려하기도 했지만, 전남 곡성 레일바이크, 전북 순창 강천산 트레킹 및 전북 임실 치즈마을 피자만들기 체험 등 일대일 프로그램을 통해 서서히 장벽을 허물었다. 밤마다 여행을 소재로 대화를 시작해 진로·고민상담 등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첫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눈도 못 마주치던 한 남자 청소년은 행사를 준비한 경찰관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짧은 일정을 마친 뒤 참가 청소년들은 학교전담경찰관의 관심과 조언에 고마움을 나타냈고 다수가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한다.
서울청은 시간여행을 다녀온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학업과 진로체험 기회를 적극 부여키로 했다.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자 서울청소년문화발전위원회와 협력해 하반기에도 시간여행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경찰, 학교 밖 청소년들과 2박3일 시간 여행… “꿈이 없었던 내게 요리사라는 꿈 생겼어요”
입력 2015-06-05 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