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비상] ‘방역 최선봉’ 역학조사 전문요원, 美 4000명 VS 韓 20명 미만

입력 2015-06-05 02:50
아시아나항공 방역팀 직원들이 4일 인천공항 격납고에서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항공기 내부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다. 인천공항=김지훈 기자

메르스 같은 감염병의 대응에서 중요한 것은 초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다. 발병 원인과 감염 경로, 병의 특성 등을 밝히는 작업으로 방역 대책을 세우는 기초가 된다. 이 역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초기 환자 치료·격리, 접촉자 감염 관리 등이 이뤄진다. 그래서 역학조사 전문요원은 ‘질병 수사관’이라고 불린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보건 당국은 첫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제대로 된 역학조사를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2차 감염자가 크게 늘었고 3차 감염까지 일어나면서 ‘메르스 공포’를 확산시켰다. 역학조사가 부실한 배경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 문제도 있었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파동이 터졌을 때 발족한 질병관리본부에서 역학조사를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은 2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감염병 역학 전문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 때문에 감염병이 발생하면 대학병원에서 환자를 진료·치료해야 하는 감염내과 전문의들을 차출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정부가 역학조사를 전담하며 탄탄한 방역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직원 1만5000명에 연간 예산이 11조원에 이르는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매년 약 70명의 역학조사 전문요원을 양성한다. 의대 졸업생이나 역학 분야 박사학위 소지자를 선발해 2년간의 체계적인 실무교육으로 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키우고 있다. 이 과정을 거쳐 60년 동안 배출된 인력은 4000명에 이른다.

의료계는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역학조사 전담요원 육성프로그램을 만들고, 국가 차원에서 질병 감시체계를 총괄하는 국립역학원 같은 정부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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