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박강월] 내가 만난 청년 예수

입력 2015-06-06 00:15
내 나이 28세 미혼 때였다. 아침조깅을 시작한지 보름 만에 관절에 심각한 통증이 오더니, 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더 이상 통증을 견디기 힘들던 어느 날, 동생들의 부축을 받아 병원에 갔다. 상체를 구부릴 수 없는 상태여서 택시가 아닌 버스를 타고 불과 몇 정거장 떨어져 있는 병원에 도착해 병원 문을 밀고 들어가려는 순간, 웬 청년이 “잠깐!”하고 불러 세웠다. 청년은 Y대 신대원생이라며 묻지도 않은 자기소개를 하더니 성령께서 갑자기, “지금 부축 받고 있는 저 여자를 위해 손을 얹고 기도해주어라. 내가 너를 통해 그녀를 치료하리라”고 말씀하셔서 따라왔다는 것이다.

통증이 극심해 안수기도고 뭐고 빨리 병원으로 들어가고 싶은데, 청년이 어찌나 진지한 얼굴로 부탁을 하는지 어정쩡한 자세로, 이름도 모르는 청년에게 안수기도를 받았다. 기도를 받고 눈을 떠보니, 구경꾼들이 잔뜩 모여들어 그 청년과 나를 기이한 눈길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무슨 황당한 꼴인가 싶어 얼른 병원 문을 밀고 들어가려는데, 청년이 이번에는 “앞으로 걸어가세요!”라고 했고, 나는 마치 최면에라도 걸린 듯 그 명령을 따랐다. 한데 정말 신기하게도 부축 없이 내 몸이 앞으로 척척 나가졌다. 순간 모여든 사람들 속에서 “아∼”하는 낮은 탄성이 터졌고, 당사자인 나와 두 동생은 입을 딱 벌렸다. 청년은 진단을 받지 말고 그냥 집으로 가라 했지만 의심 많은 나는 엑스레이라도 찍어보겠노라며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고 있는 청년의 연락처를 물었지만, 그는 빙그레 웃으며 총총히 가버렸다. 검사결과 아무 이상이 없어 다리통증과 무관한 링거 한 병을 맞고 집으로 돌아왔다.

수술 후 10㎏이 늘어난 요즘, 그 청년이 떠오른다. 어쩌면 그는 신학생의 모습으로 나타나신 예수님이 아니었을까. 사랑합니다. 나의 예수님!

박강월(수필가, 주부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