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시는 2013년 관내 설치된 노후 가로등과 보안등 1만5444개를 신규 세라믹메탈할라이드 등으로 교체하는 64억원짜리 사업을 발주했다. 2011년부터 관내 도로 보수업무를 담당했던 A씨는 관내 기업으로부터 “이 사업에 하도급업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A씨는 서울 중구에 있는 낙찰 업체에 이 기업을 하도급업체로 쓰도록 알선해줬다. 그 대가로 H씨는 두 차례에 걸쳐 460만원을 받았다.
수십억원짜리 공사의 하도급 계약을 비교적 ‘헐값’에 넘겨준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는 도로 보수업무를 담당한 이후 이런 식으로 하도급업체로부터 50차례에 걸쳐 ‘상납’을 받았다. 39차례는 현금이었지만 11차례는 자신의 급여계좌로 받는 ‘대담함’도 보여줬다. 한번에 적게는 50만원부터 많게는 520만원까지 받았다. 주로 자신의 차 안에서 받았지만 12차례는 직접 찾아가 받기도 했다.
2012년까진 모두 유지보수 연간 단가 계약이나 관급자재 공급 계약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였다. 2013년 시작된 노후 가로등 교체 계약 건은 그에게 새로운 ‘사업’ 아이템이 됐다. 이 사업을 핑계로 15차례나 금품을 받았다. 그가 2012년 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이런 방식으로 받아 챙긴 돈은 9095만원에 달했다.
배경에는 허술한 감시 시스템이 있었다. 시는 특정 제품을 설치하는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입찰참가 자격을 부당하게 제한했다. 또 마감 30일 전 입찰 공고를 해야 함에도 불필요하게 ‘긴급’ 사유를 대며 불과 10일 전 입찰 공고를 내 공정한 입찰을 방해했다. 또 임의로 계약을 변경해 예산을 낭비하고 낙찰 업체가 조명 시설에 당초 사업 제안서에서 약속했던 것과 다른 부속품을 장착했는데도 준공을 허용했다.
인천 종합건설본부의 B팀장은 2014년 1월 천대고가교 내진보강공사 설계서에 특정 회사의 특허공법이 반영되도록 해주는 대가로 본인 사무실 인근에서 1000만원을 받는 등 모두 10개 업체로부터 863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 또 관급자재 규격 확인 명목으로 해당 업체 공장을 방문한 후 단란주점에서 유흥접대를 받는 등 88만여원의 향응도 제공받았다. B팀장과 함께 향응을 받은 C팀장도 같은 기업으로부터 127만원 상당의 등산복 2벌을 받았다.
감사원은 4일 이 같은 내용의 ‘계약분야 회계비리 특별점검’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A씨와 B팀장에 대해 각각 파면을, C팀장에 대해서는 정직을 요구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하도급 알선 등 통해 50차례 9095만원 ‘꿀꺽’… 지자체 공사 비리 백태
입력 2015-06-05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