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중앙에 위치한 폴란드는 966년 건국으로 시작된 1000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작곡가 쇼팽과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의 고향이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낳은 가톨릭 국가이기도 하다. 18세기 패망과 20세기 초 부활, 2차대전과 사회주의 체제를 거쳐 1980년대 말 민주정부가 수립됐다. ‘폴란드는 아직 죽지 않았다’라는 비장한 제목의 국가(國歌)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시련이 많았고 불굴의 정신도 빛났다.
폴란드 예술 1000년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국내 첫 전시가 5일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시작됐다. ‘폴란드, 천년의 예술’을 제목으로 한 이번 기획특별전은 중세 종교예술과 귀족예술은 물론 애국과 역사를 주제로 한 민족예술, 사회주의 계열의 예술, 그리고 포스터 등 20세기의 젊고 현대적인 예술까지 두루 망라한다.
4일 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언론공개회에 참석한 아그니에슈카 모라빈스카 바르샤바국립박물관 관장은 “이번 전시는 1918년 독립 이래 폴란드 예술을 소개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해외 전시”라고 말했다. 폴란드 내 19개 기관에서 출품한 그림, 조각, 유물 등 250여점이 전시됐다.
쇼팽의 친필악보가 국내에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마주르카 G장조 op.6 No.3’(1830년)의 악보가 전시됐는데 ‘마주르카’는 쇼팽이 폴란드 전통 무곡을 차용해 잃어버린 조국을 향한 그의 마음을 표현한 피아노 연주곡으로 유명하다. 박물관 측은 “쇼팽을 사랑하는 많은 한국 관객들을 위해 바르샤바 프레데릭쇼팽박물관과 긴밀히 협력해 폴란드 국보급 문화재인 친필악보 대여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동설을 담은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의 유명한 책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의 자필원고도 그가 천문 관측에 사용했던 도구들과 함께 전시됐다.
폴란드에서 국민화가로 불리는 얀 마테이코의 대형 역사화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한다. 바르샤바 왕궁 벽면을 장식하던 폭 6m, 높이 4m의 대작 ‘프스코프의 스테판 바토리’를 공수해 왔다. 16세기 러시아를 제압한 폴란드의 영광을 표현한 역사화로 19세기 중반 반러시아 봉기 실패로 실의에 빠졌던 당시 폴란드 국민들에게 자부심과 독립심을 일깨워줬던 작품이다.
디자인에 관심 있는 관람객이라면 맨 마지막에 배치된 포스터를 눈여겨 볼만하다. 1950, 60년대 사회주의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인 폴란드 포스터 예술은 20세기 폴란드 예술의 가장 큰 성과로 평가받았으며 그래픽 분야에서 뛰어난 작가들을 배출했다. 8월 30일까지. 5000∼1만3000원.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코페르니쿠스 원고·쇼팽 악보가 눈앞에… 중앙박물관 ‘폴란드, 천년의 예술’ 기획전
입력 2015-06-05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