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삶의 질 낮은 원인과 해법 진지하게 따져봐야

입력 2015-06-05 00:3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일(현지시간) 발표한 ‘2015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2015)’는 한국인의 삶이 얼마나 팍팍한지를 그대로 드러냈다. 주거, 소득, 환경, 삶의 만족도, 건강 등 11개 부문을 평가한 이번 조사에서 한국은 36개국 중 27위를 차지했다. 작년보다 두 단계 떨어졌다.

특히 ‘사회적 연계(Social Connections)’ 부문은 가장 낮았다. 이는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척, 친구 또는 이웃이 있다는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데 한국인은 72%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OECD 평균 88%보다 16% 포인트 낮은 것이다. 이 부문에서 꼴찌를 했다는 것은 급속한 가족해체와 고령화로 인해 개인의 삶이 고립·파편화되고 있음에도 정부와 사회가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나타낸 것이다. 우리 스스로 이웃에 대한 배려나 관심이 부족했다고도 할 수 있다.

또 ‘일과 삶의 균형’이 33위인 것을 비롯해 ‘건강’ 31위, ‘환경’ 30위, ‘삶의 만족도’ 29위 등 삶의 여유를 나타내는 지표들이 대부분 하위권에 머문 것은 지나치게 경쟁에 매몰된 한국인의 일상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입시와 취업, 결혼과 내집 마련, 자녀교육과 노후 보장에 이르기까지 일생을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나는 것이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경제적으로는 잘 살게됐음에도 삶에 여유가 없다고 느끼는 것은 ‘좋은 삶’에 대한 기준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오직 사회·경제적 성취를 목표로 하는 한 행복한 인생은 기대하기 어렵다. 최빈국이지만 늘 체감 행복도 최상위권 나라인 부탄의 경우 국민총행복(GNH·Gross National Happiness) 지표를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공동체의 역할, 개인의 시간 활용도, 삶의 만족도 등 상품과 재화로는 설명되지 않는 가치가 반영돼 있다. 세계경제 10위권인 대한민국도 이제 삶의 질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