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43·여)씨는 월수입이 1000만원에 달하는 ‘스타’ 보험설계사였다. 수년간 보험사 7, 8곳을 옮겨 다니며 영업 노하우를 익힌 결과였다. 잘나가던 김씨는 2년 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작전’을 짰다. 평소 봐왔던 보험사의 허술한 관리체계를 노려 고객의 보험금을 빼돌린다는 구상이었다.
우선 고객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서울 강동구 A병원과 광진구 B병원에서 뗀 진단서, 진료비 내역서를 위조했다. 각종 직인은 포토숍으로 처리했다. 진단서에 기재되는 성명 등은 미리 출력해둔 종이를 오려 붙였다. 테두리는 화이트로 색칠했다. 이렇게 한 뒤 여러 번 복사하는 방식을 썼다. 10∼20대 고객의 경우 가족관계증명서를 위조해 자신이 엄마인 것처럼 꾸몄다. 베테랑인 김씨에겐 식은 죽 먹기였다.
김씨는 이렇게 고객 명의를 도용해 보험금을 신청했다. 보험사가 해당 고객 계좌로 보험금을 입금하기 직전에 그 고객을 찾아갔다. 고객에게 “나는 개인사업자라서 수입을 내 통장으로 지급받으면 세금이 너무 많이 나온다. 고객님 통장을 잠시 빌려도 괜찮겠느냐”고 부탁했다. 이 제안에 응한 고객들은 보험사가 입금한 자신의 보험금을 김씨의 수입인줄 알고 다시 김씨에게 송금해줬다.
그는 이런 수법으로 2013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80여 차례에 걸쳐 3, 4개 보험사로부터 회원 10여명의 보험금 1억4000여만원을 가로챘다. 범행은 한꺼번에 돈이 빠져나가는 걸 의아하게 여긴 보험사 직원의 신고로 막을 내렸다. 범행이 계속된 2년간 이를 눈치 챈 피해자는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김씨는 경찰에서 “고객 돌려 막기를 하다가 빚이 생겨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보험설계사들은 이직할 경우 고객에게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새로 옮긴 회사의 보험에 가입하라고 유도하곤 한다. 위약금을 대신 물어주고 기존 보험이 약속한 수익금도 보장해준다. ‘고객 돌려 막기’는 보험설계사들의 이런 출혈 영업 방식을 말한다.
경찰은 월수입이 1000만원에 이르는 김씨가 빚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건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사기 등 혐의로 김씨를 구속하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박세환 고승혁 기자 foryou@kmib.co.kr
[단독] 고객 명의 도용 보험금 가로챈 ‘스타 보험설계사’
입력 2015-06-05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