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시장’은 국회의원을 지낸 소설가 김홍신(68)의 출세작이다. 주인공 장총찬이 사회의 부조리와 불의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는 ‘현대판 홍길동’을 떠올리게 하며 1980년대 억압적 사회를 사는 독자들에게 청량제가 됐다. 출간 2년 만에 100만부를 돌파해 한국 출판 사상 최초의 밀리언셀러가 됐고, 영화와 TV 드라마로도 제작됐다.
‘인간시장’ 개정판(해냄)이 완간 30년 만에 4일 출간됐다. 작가는 1981년 초 이 작품을 ‘스물두 살의 자서전’이라는 제목으로 ‘주간한국’에 연재하기 시작, 그해 9월 처음 단행본으로 묶었다. 이후 3∼6개월에 한 권씩 출간해 5년 사이 총 91개장 전 10권으로 완성됐다.
소설은 장마다 스물두 살의 법대생 장총찬이 새로운 사건을 접하며 해결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권력의 손에 좌우되는 법관들, 약자를 괴롭히는 조직폭력배 등이 도마에 올랐다. 소설의 인기는 그가 ‘여의도 장총찬(국회의원)’으로 입성하는 발판이 됐다.
개정판은 표지와 판형이 바뀌었지만 이야기 흐름은 거의 손대지 않았다. 김홍신은 개정판에 붙인 작가의 말에서 “그 서슬 퍼런 시절의 무자비한 가위질 속에서도 이런 소설을 쓸 수밖에 없었던 심정과 상상력의 억압이 주는 고통을 알리고 싶어서” 내용을 수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작가는 “원래 ‘권총찬’이었던 주인공 이름이 ‘장총찬’으로 바뀐 것부터가 검열의 결과”라고 털어놓았다.
‘인간시장’ 후속편 ‘신인간시장’도 구상 중에 있다. 작가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주인공 장총찬의 나이는 30대 후반 40대 초반으로 설정했다”며 “다만 현역 국회의원으로 할지, 취직이 안 되는 세태를 반영한 ‘백수’로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인간시장’ 개정판 완간 30년 만에 햇빛… 이야기 흐름 원작 그대로
입력 2015-06-05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