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호위함(FFX) 2차 사업에도 도입 비리 의혹이 있었던 것으로 4일 알려져 해군의 전력 운용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총 8척이 도입 예정이었던 2차 사업의 핵심부품인 추진 기관 엔진이 부적절한 제품이 장착되고, 이 과정에서 당시 해군본부 전력기획부장이었던 박모 소장이 실무자와 함께 특정사 제품이 선정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정사 제품 겨냥 추진개념 변화?=박 소장은 차기호위함 2차 사업의 추진 방식이 기계식에서 복합식(하이브리드식)으로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명분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우리 수상함의 소음이 너무 커 북한 잠수함에 쉽게 노출됐으며 이를 보완하는 작업으로 기계식보다 소음이 적은 전기와 가스터빈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전환할 경우 이 기준에 맞출 엔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박 소장이 중심이 돼 만들어진 하이브리드식 추진 방식에서 요구되는 엔진은 3만6000∼3만7000마력이었다. 이 마력을 충족시킬 수 있는 엔진은 전 세계에서 B사 제품밖에 없다.
우리 해군 함정 대부분의 엔진을 공급해 온 A사의 엔진은 평균 2만2000마력으로 이 조건을 맞추기 힘들다. 새로운 엔진을 제작하는 데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A사의 경우 이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2개의 엔진을 사용해야 한다. 엔진 선정을 위한 정당한 절차를 밟는다 하더라도 A사의 경우 2개의 엔진을 제시해야 하고 결국 1개 엔진으로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B사보다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차기호위함 2차 사업의 엔진은 이 사업을 수주한 국내 방산업체가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했지만 가격 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B사 제품이 선정됐다. 군 관계자는 “B사 엔진은 전 세계적으로 운용하는 국가가 적고 또 현재 해군이 사용하는 가스터빈과의 상호운용성, 비용 절감 등에서 검증된 것이 아님에도 선정됐다”며 “추진 방식을 바꿀 때부터 B사 제품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의혹을 버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차기호위함 사업 이전에도 B사 제품을 선호하는 행동을 했다. 차기고속함(PKX) 사업 추진 시 실무진의 판단을 무시하고 B사의 가스터빈을 장착하기 위해 허위 보고서를 작성해 참모총장에게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군수지원함의 경우에도 해상유류 공급장치와 고체화물을 이송하는 해상공수 수급장치를 군수참모부의 반대에도 B사 제품이 적용되는 전기식을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업체와 유착?=박 소장이 지속적으로 B사 제품을 선호한 이유는 B사와 해군 전·현직 장교들의 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소장과 함께 차기호위함 2차 사업의 추진개념 변화를 주도한 실무자는 전역 후 B사 한국지사로 옮겼다. 또 B사는 해군 수뇌부와 친한 관계로 알려진 예비역 준장이 근무하는 곳이기도 하다. B사와의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해군본부와 차기호위함 2차 사업을 수주한 업체는 “하이브리드 방식은 선진국 해군들이 이미 사용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선진적인 개념”이라며 “특정인의 영향에 의해 추진 방식이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차기호위함 2차 사업에 정착될 엔진을 쓰는 곳도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이며 이를 채택하는 해군의 비율도 늘어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 소음도도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고 초기 설치비용은 높지만 기름을 적게 쓰게 돼 전체적인 운용비용도 절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단독-차기호위함 비리의혹] 해군 2차 사업 뭐가 문제인가… 엔진 채택 과정에 비리·인적 커넥션 의혹
입력 2015-06-05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