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

입력 2015-06-05 00:10

성경을 읽으면서 참 이해되지 않는 부분 중 하나가 부활을 체험한 제자들이 다시 고기 잡는 본업으로 복귀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그만큼 생계가 중요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요.

당시 갈릴리로 돌아간 제자들은 주님을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잊어버린 그들은 모두 갈릴리 바다로 가서 고기잡이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그물을 던지는 그 바다에 주님이 나타나셨습니다. 제자 중 단 한사람도 주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제자들은 생계를 해결하는 데 급급해 주님을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들은 밤새 그물을 던졌지만 단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했습니다. 제자들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뭍에 서 계시던 예수님이 제자들을 불렀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 대답하되 없나이다.”(요 21:5)

물고기를 의미하는 헬라어는 ‘익투스’입니다. 신약에서는 물고기를 바로 이 ‘익투스’로 쓰는데 딱 한 군데 예외가 있습니다. 오늘 본문입니다. 여기 쓰인 물고기는 ‘익투스’가 아니라 ‘프로스파기온’입니다. 이 말은 ‘빵과 함께 먹는 음식’ ‘식탁 위에 올려진 진미’ 등을 뜻합니다. 즉 예수님의 질문은 “너희가 정말 진귀한 것을 얻었느냐”는 물음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제자를 부르는 단어도 이상합니다. 예수님이 “얘들아”라고 부르실 때 사용한 단어는 ‘파이디온’으로 ‘어린이’를 의미합니다. 예수님은 이전까지 제자들을 이렇게 불렀던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파이디온’이라고 불렀습니다. 제자들을 향해 “철부지들아”라고 외쳤던 것입니다.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바다에서 헛수고만 하고 있는 제자들이 예수님 보시기엔 철없는 아이들과 다를 게 없었습니다. 본문에서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는 물음은 “철부지들아, 지금처럼 살아서는 절대 귀한 것을 얻을 수 없다”는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예수님의 제자들처럼 철부지인 것은 아닐까요. 열심히 살고 있다고 하지만 지금 여러분 손에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진귀한 것들입니까. 죽음이 코끝에서 나를 기다리는 순간에도 인간은 진귀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허망한 것을 잡으려 애씁니다. 주님이 보시기에 철부지처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주님은 우리에게도 이렇게 묻고 계십니다.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 “이 철부지들아, 너희 손에 귀한 것이 있느냐.”

지금 우리가 좇고 있는 것이 무엇입니까. 혹시 빈손으로 돌아와야 할 일에 매진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하지만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은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실 겁니다. 우리를 찾아오셔서 “얘들아 너희에게 고기가 있느냐”라고 거듭 물으실 겁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가 오면 여러분은 무엇이라고 답하시겠습니까. 주님의 손을 붙잡으십시오. 주님의 손을 잡을 때에만 상처투성이인 우리의 손은 치유되고 우리의 삶도 회복될 것입니다.

황규천 인천 청학감리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