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비리 스캔들의 ‘몸통’으로 지목된 제프 블라터(79·스위스) 회장이 사임을 선언하면서 마피아 조직으로 비난받던 FIFA의 개혁이 화두로 떠올랐다.
블라터 회장은 3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사임 의사를 밝히며 FIFA 개혁을 매듭짓고 떠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명예롭게 퇴장하는 동시에 자신의 업적을 부각시킬 후임을 선출하겠다는 노림수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FIFA가 자정 기능을 잃었다며 외부에 개혁 작업을 맡겨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는 성명에서 “개혁은 FIFA 내부로부터, 더는 신뢰받지 못하는 인사들한테서 나올 수 없다”고 밝혔다. FIFA에 의해 임명되거나 FIFA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들이 나서야 하고, 조사 및 보고서 작성에서도 정치적 외풍이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거스 히딩크(69)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도 4일 영국 신문 더 미러를 통해 “기존 조직과 어떠한 관련도 없는 신선한 인물, (개혁 외에) 다른 어젠다를 내세우지 않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대적인 개혁을 위해 회장을 외부에서 영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4일 “비밀주의, 부패, 개인의 치부에 따른 악취 나는 문화를 통째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방안으로 전문가들은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를 청산하는 과정을 본떠 ‘축구진실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을 제시했다. 판사, 변호사, 조사관들과 함께 공개 청문회를 열어 국제 축구계 관계자들의 ‘고해성사’를 듣자는 얘기다.
지난 몇 년간 FIFA 쇄신 방안은 많이 나왔다. FIFA 회장과 집행위원들을 임기제로 바꾸고 집행위에 대한 감시를 위해 외부 인사를 포함시키며, 각종 계약을 공개 입찰하자는 게 대표적이다. 썩을 대로 썩은 FIFA가 건강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스스로 수술대 위에 올라 외부 인사의 집도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패라는 고질병은 재발할 수밖에 없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타임아웃] 국제투명성기구 “자정 잃은 FIFA, 외부에 개혁 넘겨야”
입력 2015-06-05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