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400 홈런-일문일답] “덤덤할 줄 알았는데 순간 뭉클했다”

입력 2015-06-04 04:22
이승엽이 3일 400홈런을 때린 후 관중들을 향해 인사를 하자 전광판에 아버지 이춘광씨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뭉클했다.”

3일 포항구장에서 400호 홈런을 터뜨리고 그라운드를 돌던 이승엽은 예상 밖 감정에 놀랐다. 우리 나이 40세, 불혹의 이승엽은 “아시아 최다인 56호 홈런도 쳤으니 덤덤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감정이) 오더라”고 했다. 그는 구단이 특별 제작한 400호 홈런 기념 유니폼을 입고 인터뷰에 응했다.

-2구째 직구를 때려 홈런을 만들었다. 느낌이 어땠나.

“해냈구나 싶었다. 다른 홈런보다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첫 타석 포볼로 나갈 때 자신감이 생겼다. 상대 투수 구승민은 직구와 포크 두 개를 던진다. 포크는 버리고 직구가 들어오면 무조건 방망이를 돌리자고 생각했다.”

-홈런 순간 떠오른 사람은.

“류중일 감독이었다. 일본에서 돌아올 때 야구를 그만둬야 할 상황이었다.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있게 해 줬다.”

-류 감독은 이승엽의 장점을 ‘성실함과 꾸준함’이라고 했다.

“나는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다. 꾸지람도 많이 들었다. 좋은 지도자를 많이 만났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을 만나서는 상상도 못할 훈련을 했다. 일본에서도 김 감독이 잡아주지 않았다면 실패하고 돌아온 선수가 됐을 것이다.”(김 감독은 삼성과 일본 지바 롯데에서 그를 지도했다).

-다음 목표는.

“올해는 한일 통산 2000안타다. 한일 통산 600홈런이나 한국 프로야구 500홈런은 다음이다.”

-이승엽에게 ‘홈런’이란

“IMF 등으로 힘들 때 제 홈런으로 힘을 받으셨다는 말씀을 팬들이 많이 하셨다. 올해도 대한민국이 힘들다. 열심히 해 팬들과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웃음을 주는 것이다.”

포항=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