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중부권 한 병원의 1층 출입구 앞.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 확산, 예방을 위해 병실 출입을 통제하오니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힌 안내 간판이 두 개 서 있었다.
병원에 납품을 하는 50대 남성이 빈 카트를 끌고 출입문을 열자 2중 유리문 사이에 앉아있던 간호사 3명이 벌떡 일어났다. 이들은 남성의 귀에 체온계를 갖다 대고 마스크를 건넸다. 손에 소독제도 뿌려줬다.
이 병원은 메르스 사태 이후 처음으로 ‘코호트 격리’가 취해진 곳이다. 코호트 격리는 의료진과 환자를 바이러스 잠복기간(최대 14일) 동안 병원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조치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이 병원(G병원) 등 3곳에 대해 이날부터 코호트 격리 체계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G병원은 추가 3차 감염자(30번째 환자)가 나온 곳이다. 16번째 확진 환자인 P씨(40)와 30번째 환자는 지난달 25∼27일 이 병원에서 함께 병실을 썼다.
보건 당국은 병원 환자와 의료진 39명이 14일간 위험요인을 공유할 것이라고 전했다. 권준욱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보건복지부 국장)은 “병원 전체가 의료진과 함께 격리된다”면서 “그동안 병원에 다녀왔거나 퇴원한 자택 격리자도 77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일보 취재진이 해당 병원을 방문해 보니 코호트 격리는 병원 전체가 아닌 특정 병동에서만 이뤄지고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4∼8층 병동 가운데 환자가 발생한 층만 폐쇄한 상태”라며 “그 외 직원과 환자들은 체온 측정 등 몇 가지 절차만 지키면 문제없이 병원을 오갈 수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 환자를 진료했던 의료진은 각자의 집에서 격리 중이다. 병원 측은 위급한 경우 외래 환자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관리대책본부는 앞서 3차 감염자 2명이 나온 다른 병원에 대해 코호트 격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곳 역시 P씨가 지난달 28∼30일 입원했던 곳이다. 당국 관계자는 “코호트 격리 조치를 실시한 병원은 거동이 어려운 환자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고강도 격리 대책 내놨지만…=3차 감염자가 추가로 발생함에 따라 보건 당국의 격리 대책도 강화되고 있다. 지역사회 전파는 무슨 일이 있어도 막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당국이 내리는 격리 지침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거나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아 방역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된다.
보건 당국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그동안 거친 병원을 모두 14곳으로 파악하고 있다. 의원급이 3곳, 병원급 이상이 11곳이다. 각 병원에 대해 역학조사와 함께 방역·소독, 격리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일부는 정부 지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메르스 사망 환자(57·여)가 입원했던 E병원은 이날 자택격리 대상으로 정해진 중환자실 의료진 상당수가 병원에 나와 근무를 계속했다. 보건 당국은 앞서 2일 브리핑에서 “해당 의료기관을 방역·소독하고 의료진과 밀접 접촉자를 격리했다”고 밝혔었다.
병원 관계자는 “중환자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의료진이 모두 사라지면 입원 중인 환자들이 위태롭게 된다”며 “중환자실에서만 근무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 당국은 E병원에 이날부터 코호트 격리 체계를 적용했다. 한편 E병원의 중환자실 환자 가운데 54세 여성은 발열 증상이 있어 메르스 유전자 검사가 실시되고 있다. 당국은 “의학적으로는 메르스가 아닌 것으로 보이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검사”라고 말했다.
◇자택 격리 1300여명 관리 가능할까=자택 격리자가 1300명을 넘어서면서 이들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겠느냐는 걱정도 나온다. 지난 2일엔 서울 강남에서 자택 격리 중이던 50대 여성이 전북으로 내려가 골프를 친 사실이 밝혀졌다. 이 여성은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자택 격리가 해제된 상태는 아니었다.
이에 대한 보건 당국의 해명은 어이가 없다. 당국 관계자는 “연락이 두절돼 현장에 가서 확인을 했고, 경찰력을 동원해 자택격리를 구현시킨 사례”라면서 “일선 보건소에서 자택격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권기석 기자, 홍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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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4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