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공포로 휴업·휴교 결정을 내리는 학교가 속출하고 있다. 부산·광주 등지에선 수학여행과 체험학습 등 교육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경기도는 어린이집이 집단 휴원에 나서면서 맞벌이 부모들이 발을 구르게 됐다. 이런 와중에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엇박자 대응으로 혼란을 가중시켰다.
◇“휴업 적극 검토” vs “의학적으로 옳지 않아”=교육부는 예방 차원에서 학교장이 휴업을 결정하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런 교육부 방침에 ‘지나치다’고 맞섰다. 정부 부처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자 학교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라고 성토하고 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휴업 학교가 발생한 서울·경기·충북·충남교육감들과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황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보건 당국은 현재 위기경보를 ‘주의’ 단계로 교육부에 알렸지만 학생의 생명과 건강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하므로 ‘경계’ 단계에 준하는 조치를 시행한다”고 말했다. 이어 “휴교나 휴업은 경계 단계에서 작동하지만 예방적 차원에서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4일로 예정된 6월 수능 모의평가는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황 부총리 발표 직후 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의 권준욱 기획총괄반장은 “학교를 휴업하는 일은 의학적으로 맞지 않고 옳지 않은 일”이라고 반대했다. 대한감염학회 김우주 이사장도 “현 상황에서 학교와 메르스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교육현장 강타한 ‘메르스 공포’=교육부에 따르면 문을 닫은 학교·유치원은 전국적으로 544곳(3일 오후 5시 현재)이다. 전날 오후 8시 149곳에서 3.6배 늘었다. 경기도가 439곳으로 가장 많다. 이어 충북 40곳, 충남 31곳, 대전 16곳, 세종 10곳, 서울 7곳, 강원 1곳 등이다. 유치원이 196곳, 초등학교 273곳, 중학교 55곳, 고교 7곳, 특수학교 9곳, 대학교 4곳으로 집계됐다. 대학은 평택대 1곳에서 대전과학기술대, 동아방송예술대, 국제대 등 3곳이 추가됐다. 교육부 통계에 잡히지 않았지만 중앙대 안성캠퍼스는 5일까지 임시 휴강키로 했다. 교육부 통계가 지역교육청 통계와 달라 실제 휴업 학교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충북교육청은 휴업하는 유치원과 학교를 62곳으로 집계했지만 교육부는 40곳으로 파악했다.
부산 지역 41개 학교는 수학여행 취소를 검토 중이다. 특히 경기도로 수학여행을 떠나기로 했던 30곳은 일정 취소를 위해 학부모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광주에서는 초등학교 4곳과 중학교 1곳이 이달 초 서울과 경기도로 가려던 수학여행을 취소했다.
충북의 한 중학교는 유언비어를 유포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 학교는 2일 오후 5시40분쯤 ‘청주에 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이란 내용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학부모들에게 대량 발송했지만 사실과 달랐다.
경기도 용인시 어린이집연합회는 4∼5일 집단 휴원을 결정했다. 연합회는 안내문에서 “용인 인근 지역에서 연이어 발생되는 확진 환자 소식에 더 이상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을 기다릴 수 없다”고 밝혔다. 교육청 관할인 유치원과 학교들이 대거 휴업에 들어가자 복지부 관할인 어린이집들도 개별 행동에 나선 것이다.
세종=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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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4 0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