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걸린 유통업계… 한국방문 취소 중화권 여행객 7000명 육박

입력 2015-06-04 02:20
3일 평소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대던 서울 중구 명동역 주변은 다소 한산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 우려에 마스크를 착용한 외국인이 종종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화장품숍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외국인들이 메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최근 가게를 찾는 외국인 중 마스크를 쓰고 오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한 의류 브랜드 가게 직원은 “우리 가게는 중국 관광객이 대부분인데, 오늘 같은 경우 평소의 절반 정도밖에 손님이 오지 않은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일 현재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방문상품 예약취소 건수는 전날 2500명에서 7000명으로 180% 늘어났다. 대만과 홍콩을 포함한 중화권 관광객은 6900명이고, 나머지 아시아권은 100명이라고 관광공사는 설명했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공포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관련 업계의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각 사업장의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고객 수나 매출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메르스가 더 확산될 경우 매출이 급락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유통·외식·관람 등 생활 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서비스 분야 업종 관계자들은 메르스 사태를 더욱 예의주시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고객의 불안을 해소하고 감염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매장 위생관리를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은 현장에 손 세정제를 비치하고 개인위생 관리를 강화하고 나섰다.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등도 출입문과 화장실, 에스컬레이터 손잡이 등에 대한 소독을 강화하고 곳곳에 손 세정제를 비치했다.

그러나 불안한 소비자들은 이미 사람이 많은 마트 등을 대신해 온라인 쇼핑으로 쏠리고 있다. 오픈마켓 옥션이 국내에서 메르스 첫 감염자가 발생한 5월 20일부터 이달 1일까지 12일간 식품류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메르스 감염자 발생 이전 12일간(5월 8∼19일)보다 라면 판매량은 18%, 즉석밥과 즉석국 등 즉석식품의 판매량은 11% 증가했다. 외식 대신 배달음식을 찾는 이들도 급증해 옥션과 G마켓에서 중국요리·피자·치킨 등의 판매량은 같은 기간 대비 37% 늘었다.

일선 산업현장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4일과 5일 전북 무주 덕유산리조트에서 열릴 예정이던 ‘2015 신입사원 하계수련회’를 무기한 연기했다. 경기도 평택공장 직원 1명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쌍용자동차는 평택공장 전 직원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공장시설 전역에 소독과 방역을 실시했다.

노용택 김현길 기자 nyt@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