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급속히 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3차 감염자가 모두 '병원 감염'으로 확인되자 병원 방문에 대한 우려와 문의가 잇따른다. 500곳이 넘는 학교와 유치원이 휴업·휴교에 나서면서 '집단 공포증'이 확산되고 있다. 보건 당국과 전문가들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 엄중식(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교수) 홍보이사와 대한감염학회 김우주(고려대 구로병원 교수) 이사장의 도움을 받아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궁금증을 문답 형태로 풀어본다.
-병원 감염을 피하려면 아예 병원에 가지 말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거나 밀접 접촉자들이 머물렀던 병원의 경우 이미 다른 환자의 접근이 불가능한 독립된 공간으로 격리돼 있으며 환경 소독이 이루어진 상태다. 때문에 예정된 진료를 받거나 병·의원을 방문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우리나라의 병문안 관행이나 간병 문화가 감염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병문안을 위한 면회는 메르스 유행이 아니더라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급적 노인을 동반해 환자 병문안을 가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50대 이상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환자와 가족이 병실에서 함께 지내는 병간호 관행도 이번 기회에 바꿔야 한다.”
-학부모들은 아이를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내야 할지 걱정이 크다.
“지금까지 역학조사 자료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어린이는 전체 환자의 2% 정도로 적은 편이다.?우리나라의 메르스 유행은 아직까지 병원 내 환자 접촉으로 발생하고 있고, 어린이의 병원 방문과 이에 따른 환자 접촉 가능성은 아직 없다. 밀접 접촉자 중에도 어린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등교를 중단할지 고민할 상황은 아니다.”
-유치원뿐 아니라 초·중·고교와 대학까지 휴업하는 곳이 많다. 꼭 필요한 조치인가.
“학생들은 좁은 공간에서 긴 시간 동안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지역사회 전파로 인한 감염 환자가 발생하는 경우엔 휴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으나 아직은 시기상조다. 또 학교가 휴교해야 하는 상황이 닥치는 경우에는 휴교만으로 전파를 차단할 수 없고 어린이·청소년을 돌보거나 같이 생활하는 가족의 활동도 제한해야 한다. 때문에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
-3차 감염의 확산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병원에서 메르스 전파를 막기 위한 감염 관리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려면 방역 당국이 밀접 접촉자를 정확히 파악해 관리해야 한다. 국민들은 개인 위생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특히 손 씻기와 기침 예절이 중요하다. 호흡기 증상자와의 접촉을 삼가고, 노약자는 사람이 붐비는 곳을 피하는 게 좋다. 발열 기침 등 증상이 있으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침·재채기를 할 때는 휴지나 손수건으로 가리고 해야 한다. 없을 때는 옷소매에 대고 하는 게 전파를 막는 방법이다. 다 쓴 휴지는 꼭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마스크는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수준으로도 바이러스 감염을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전히 공기 감염 가능성, 변종 바이러스 등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공기 감염이나 변종 바이러스 가능성은 아직 근거가 없다. 메르스는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공기로 감염이 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침 같은 분비물에 의한 ‘비말 감염’으로 퍼진다. ‘숨만 쉬어도 감염된다’는 이야기는 잘못된 것이다.”
-메르스 의심 증상을 다시 한번 말해 달라.
“메르스에 걸리면 초기 증상은 감기나 인플루엔자(독감)와 비슷하다. 발열과 기침, 근육통, 인후통(목통증) 등이 나타난다. 증상만으로는 다른 호흡기 감염증과 구별하기 어렵다. 따라서 중동 지역을 여행하거나 체류하고 귀국한 지 2주 이내 또는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메르스 확진자와 접촉했는지를 따져서 해당될 경우 의심할 수 있다. 자신이나 주변인 가운데 이런 증상이 확인되면 인근 보건소나 메르스 핫라인(043-719-7777)으로 신고해야 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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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4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