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우려가 여의도 정치권 이슈를 집어삼키고 있다. 개정 국회법 논란으로 요동치던 정국에서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메르스 국면으로 급전환하는 모양새다.
여당은 모처럼 한목소리로 정부의 미숙한 대응을 질타했다. 새누리당은 “정부 대응 능력은 실망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근거 없는 괴담으로 혼란이 가중된 상황을 감안해 발병 지역 등에 대한 정부의 비공개 원칙을 재고하라고도 요구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공기를 통한 감염이 되는 건지, 어느 지역을 피해야 하는지 등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어느 병원이냐, 환자가 누구냐, 감염 경로가 어떻게 되느냐, 치료 방법 등에 대한 확인 안 된 얘기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급속히 번진다”고 가세했다.
심재철 의원은 “미국 검역 당국은 3년 전부터 예상하고 빠르고 단호히 대응해 2차 감염자가 한 명도 없다”면서 이번 메르스 사태를 ‘국제적 망신’이라고 비판했다.
개정 국회법 논란으로 정면충돌 양상을 보인 당청 갈등은 메르스 사태에 가려져 소강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상황에서 집안싸움만 이어갈 경우 여권 전체를 향한 비판 여론이 비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메르스 방역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당정청 협의 채널을 조속히 가동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병국 의원은 “국가적 역량을 다 모아도 부족한 시점에 당청이 갈등하는 모습은 무책임한 정치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 같다”면서 메르스 사태 수습에 힘을 모을 것을 주문했다. 당내 초·재선 모임인 ‘아침소리’도 “방역체계를 신속히 재점검하고 대책 마련을 위해 당청 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선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초기 대응 실패 등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문 장관 인책론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못하고 있다. 일단 메르스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게 우선이라는 이유 때문이지만 다른 속사정도 있다.
여권 일각에선 “연금 전문가로서 정부를 대변할 문 장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앞으로 진행될 공적연금 강화와 관련한 논의 과정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메르스 확산 양상이 수그러들지 않을 경우 책임론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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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4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