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빗살무늬? 아니 빛살무늬!

입력 2015-06-05 02:50

신석기시대의 대표적인 유물이자 한반도 최초의 문양을 담고 있는 ‘빗살무늬토기’. 동아시아 인류가 농경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음을 상징하는 유물이다. 토기 겉면에 새겨진 문양이 머리빗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계명대 미술대 석좌교수인 저자는 ‘빛살무늬토기’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태양의 불꽃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빗살무늬’는 핀란드 고고학자 아일리오가 명명한 것을 일본 고고학자 후지다 료사쿠가 즐문(櫛文)으로 번역하고, 우리가 다시 직역해 쓰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신(神)은 태양의 빛살을 상형한 글자이며 고대 한민족이 태양을 숭배했다는 점을 들어 ‘빛살무늬’로 부르는 게 옳다는 얘기다. 또 비파형 청동검은 악기 비파를 닮은 게 아니라 불꽃 모양을 하고 있고 사슴뿔과 나뭇가지 문양 금관도 불꽃무늬 금관이라고 강조한다. 그 주장의 근거로 ‘사징(四徵)’을 들었다. 문징(文·문헌자료), 물징(物·유적과 유물), 사징(事·풍습), 구징(口·신화, 전설, 민담 등 구비자료) 등이다. 저자는 “기존 고고미술사학계가 즉물적 명칭 부여에만 관심을 쏟았지 우리 고대 문화 원형을 제대로 해석한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