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상징인 ‘비둘기’ 한 마리 때문에 앙숙 관계인 인도와 파키스탄이 때 아닌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9일 인도와 파키스탄이 영토 분쟁을 벌이는 카슈미르 지역 국경 근처 한 마을에서 인도 경찰이 파키스탄에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비둘기 한 마리를 체포·구금한 것이었다.
14세 소년이 마을에서 우연히 잡은 이 비둘기의 꼬리에는 파키스탄의 공용어인 우르두어로 적힌 메모가 달려 있었고, 날개에는 파키스탄 내 전화번호로 추정되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소년은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비둘기 체내에 카메라 등 전자기기 등이 없는지 X선 검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별다른 징후는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경찰은 “매우 민감한 이 지역에서 그동안 몇몇 파키스탄 스파이를 잡은 적이 있다”며 “비둘기에게서 수상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구금하기로 결정했다”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각각 최북단에 있는 카슈미르 지역에서는 1947년 이후 60년 넘게 양국 간 영토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파키스탄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파키스탄 네티즌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인도 당국의 ‘비둘기 구금’을 조롱하는 글과 사진을 올리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
한 네티즌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평화를 강조하기 위해 흰 비둘기와 찍은 사진을 올리며 ‘파키스탄 비둘기와의 외교’라고 조롱하는 글을 올렸다. SNS에는 ‘비둘기와 싸우는 인도(#PigeonVsIndia)’ 등의 해시태그를 붙인 사진도 잇따라 올라왔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월드 화제] 인도·파키스탄 국경분쟁지 카슈미르의 ‘비둘기 구금사건’
입력 2015-06-04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