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內憂外患)에 처한 현대차그룹 내부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중국 등 해외시장은 물론 내수시장에서도 판매량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주가는 연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해외 주력시장인 미국에서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 넘게 감소한 것으로 3일 집계됐다. 현대차 미국법인 등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5월 미국시장에서 6만3610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5월보다 10.3% 급감한 수치다.
다만 기아차가 작년보다 3.9% 증가한 6만2433대를 팔아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됐다. 기아차의 선전으로 현대·기아차의 합산 판매량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3.8% 감소했다.
지난달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는 작년 5월 대비 1.6% 증가한 163만4952대가 팔렸다. 올해 1∼5월 미국 내 자동차 판매대수는 총 704만658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늘어났다. 이 기간 현대·기아차는 56만여대를 팔아 3.1% 성장에 그쳤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합친 점유율은 4월 8.3%에서 5월 7.7%로 떨어져 석 달 만에 7%대로 내려앉았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시장에서도 입지가 흔들리는 분위기다. 미래에셋증권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지난달 현대차의 중국시장 판매량은 지난해 5월보다 8%, 기아차는 6% 각각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내수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차의 5월 내수 판매량은 작년 같은 달보다 8.2% 줄었다.
현대차 주가는 신저가를 다시 썼다. 전날 10%대의 폭락에 이어 이날도 2.17% 떨어진 13만5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13만2000원까지 하락하며 한국전력에 밀려 시가총액 4위로 내려앉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지금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더 어려운 최악의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7년 전과는 다르게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유독 현대·기아차만 열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와 유로화 약세를 기반으로 일본과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시장 등에서 파상공세를 퍼붓는 양상이다. 반면 현대차는 엘란트라와 투싼 등 주력 차종이 노후화해 경쟁에서 밀린 것으로 분석된다.
위기감이 커지자 정몽구 회장은 ‘특명’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그래도 우리 스스로 헤쳐 나갈 수밖에 없다”며 “신발 끈을 조여 매고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다. 자신감을 갖고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자”고 당부했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부터 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달러결제 비중을 높이고, 현지 생산량을 늘리는 한편 재고가 누적되지 않게 재고관리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신형 K5와 아반떼 등 볼륨 모델 출시를 실적 반등의 계기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내우외환에 위기감 고조… 현대차, 신발 끈 조여 맨다
입력 2015-06-04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