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서모(47)씨는 만성 적자에 허덕이던 경기도 평택의 한 주유소 운영권을 권리금 1억원에 인수했다. 주유소 주인마저 ‘왜 적자 주유소를 권리금까지 주고 사려고 하느냐’고 반문할 정도였다. 서씨 속셈은 따로 있었다. 주유소 운영권이 아닌 근처에 묻혀 있는 석유 송유관이 목표였다.
서씨는 A씨를 ‘바지 사장’으로 앉히고 송유관에 흐르는 석유를 몰래 뽑아낼 도유(盜油) 전문가 2명을 섭외했다. 이들은 주유소 보일러실의 콘크리트 바닥을 뚫어 지하 2m 깊이의 송유관 2개까지 이어지는 땅굴을 팠다. 송유관에 구멍 3개를 뚫어 석유를 뽑아내는 장치를 설치하고, 2013년 2월부터 14차례에 걸쳐 1억8036만원 상당의 석유 10만ℓ를 빼돌렸다.
송유관을 건설·관리하는 대한송유관공사는 같은 달 중앙통제실에 설치된 압력변동감지시스템에서 이상 징후를 감지했다. 송유관의 압력이 낮아지는 걸 수상하게 여긴 송유관공사 측은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주유소 주변의 송유관을 탐측했다. 포위망이 좁혀오자 서씨 일당은 그해 12월 경찰에 자수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승련)는 송유관안전관리법 위반과 특수절도 혐의로 기소된 서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4년에 벌금 14억원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땅굴 파고 송유관 석유 10만ℓ 훔쳐
입력 2015-06-04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