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금피크제 도입 필요하나 정부 강제는 역효과 날 것

입력 2015-06-04 00:30
정부와 여당이 내년 정년 60세 연장에 맞춰 노조 동의 없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한 데 대해 학계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3일 마련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화’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노동계를 배제한 상태에서의 임금피크제 강행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당정은 전날 사측의 취업규칙 변경만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이 가능토록 하는 지침을 마련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 동의를 받도록 돼 있어 노동계 반발이 거세다.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자 학계가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한 것이다.

주제발표자인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취업규칙 가이드라인의 문제점으로 예외적 판결의 지나친 확대해석, 줄소송 사태 우려 등을 들었다. 정부가 취업규칙 변경 근거로 내세우는 대법원 판례는 특정 사건에만 인정되는 것이어서 각 사업장에 보편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게 조 교수의 지적이다. 또 무리한 가이드라인 적용은 통상임금 논란 때와 같은 소송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토론회에선 민간기업에 임금피크제를 권하려면 공무원 조직이 먼저 도입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옳은 지적이다. 민간 부문에 확산시키려면 공무원 조직부터 구체적 방안을 내놓는 게 순서다.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은 우리 사회의 혼란과 소모적 논란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노조가 있는 기업들이 소송 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임금피크제를 강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 지침의 실효성도 떨어질 게 뻔하다. 반면 노조가 없는 기업은 사측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의 필요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렇다 해도 정부가 강제로 밀어붙여선 안 된다. 사회적 합의로 추진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정부가 인내심을 갖고 노동계를 설득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