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공포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메르스 감염자가 늘어나면 코스피지수가 고점 대비 6∼8% 이상 하락할 것이란 비관적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특히 연초부터 중국 관광객 수혜업종으로 꼽히며 주가가 상승했던 화장품·유통·항공운송·레저 업종에는 단기 충격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메르스 확산으로 소비 부진이 이어질 경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NH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3일 “메르스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보다 감염률은 낮고 치사율은 높다는 점에서 3차 전염이 확대되면 사스보다 파급력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며 “메르스 확산 우려가 커지면 사스 진원지였던 홍콩과 중국 증시가 그랬듯 6∼8% 이상 급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이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로 꼽히는 점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해 투자심리가 악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증권가는 대체적으로 메르스가 단기적으로는 악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제한적인 영향에 그칠 것으로 본다. 단기 악재로 인식하는 이유는 ‘경제는 심리’라는 시각에서다. 시장에 공포심리가 확산되면서 중국 관련 소비주, 여행·레저주, 항공운송·유통주 주가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소비·여행·관광주는 이달 초에만 코스피 평균수익률 대비 3%대 급락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관련주로 분류된 종목들도 치료제 관련 소문에 따라 상·하한가를 오가는 등 투자심리가 극도로 불안하다.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일 것이란 전망은 과거 사스나 신종플루가 발생했을 때 글로벌 증시나 코스피가 보여준 반등세에 기대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사스 발생 당시 아시아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03년 2분기 5%를 밑돌았지만 이후 꾸준히 반등해 이듬해에는 8%가 넘는 고성장을 이어갔다. 중국과 홍콩도 2003년 3분기 각각 9.6%와 4.0% 성장하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2009년 발생한 신종플루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경기부양책과 맞물려 경제 충격을 최소화했다.
문제는 단기 충격이 금융시장뿐 아니라 실물경제까지 폭넓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2분기 소비가 극도로 부진했던 것처럼 메르스가 확산되면 소비 부진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엔저 여파로 부진한 수출과 함께 내수마저 추락할 경우 경기지표뿐 아니라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때문에 오는 11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관련기사 보기]
‘메르스’ 유탄 맞은 증시 6∼8% 급락할 수도… NH증권, 시나리오별 분석
입력 2015-06-04 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