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U대회 맞이 차선 도색 ‘불법 도배’

입력 2015-06-04 02:17
2015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앞두고 광주 상무지구에서 작업자가 자동분사기 장착 차량이 아닌 소형 장비로 도색하는 장면.

광주광역시가 2015하계유니버시아드(U대회)를 앞두고 규정에 맞지 않는 차선도색 공사를 강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시는 “U대회 기간 동안 광주를 찾는 국내외 손님맞이를 위해 지난달부터 차선이 마모된 도심도로 50개 노선 108㎞ 구간에서 도색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3일 밝혔다.

U대회 주경기장 주변은 물론 육상교통 주요 관문과 간선도로 등에서 중앙선, 횡단보도, 좌우회전 표시 등을 ‘기능성 유리알’이 들어간 특수 도료를 활용해 기호·문자로 색칠하고 있다. 빛에 반짝이는 유리알은 야간주행을 하는 자동차 불빛에 차선을 반사시켜 안전운전을 돕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시는 경찰청의 ‘교통노면표시 설치·관리 매뉴얼’을 무시한 채 공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은 주야 또는 기상에 관계없이 운전자가 정확한 노면정보를 알 수 있도록 차량 좌우 측에 자동분사기가 고정된 자주식(2액식 KSM6080-5) 장비 사용을 의무화했다. 강한 분사력으로 살포도료를 노면에 압착시켜 차선이 닳거나 벗겨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국토교통부도 올 들어 기존 5가지 노면표지용 도료작업 방식 가운데 상온건조형과 가열 등 2가지를 전면 금지했다. 에폭시 수지를 원료로 하는 융착식(KSM6080-4)은 시내도로에 제한적으로 적용하도록 했다.

그런데도 시는 전문장비 보유업체가 드물다는 이유로 대부분 구간에서 작업자가 소형 장비로 도료를 직접 뿌리는 가열식 공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유리알 첨가량도 규정을 따르지 않은 탓에 차선의 휘도(밝기)가 크게 낮아 밤이나 우천시제 기능을 못한다는 의혹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유리알 반사성능은 준공검사일 기준 흰색차선 240밀리칸델라(촛불 하나의 4분의 1 밝기), 황색차선 170밀리칸델라를 넘어야 되는데 대부분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남주 시 종합건설본부장은 “공사비 절감을 위해 유리알 도료를 직접 사서 업체에 공급했다”며 “국도가 아닌 지방도여서 경찰청 매뉴얼이나 국토부 전문시방서를 반드시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해명했다.

광주=글·사진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