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대한민국의 국기(國技)다. 한국 국민치고 직간접적으로 태권도를 접해보지 않은 이는 드물다. 아파트 상가에 태권도장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보편화돼 있다. 그 ‘동네 태권도’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굳건하게 유지시키고,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판정시비를 없애 공정한 스포츠로 키운 조정원(68)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를 직격 인터뷰했다. 지난달 29일 1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에서 조 총재는 “태권도를 좀 더 재미있고 공정한 스포츠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개최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성황이었다고 들었다.
“대회가 거듭될수록 놀랄 정도로 변하고 있다. 대회 7일 내내 7500석이 유료 관중으로 꽉꽉 찼다. 러시아 국민들의 태권도에 대한 열정이 엄청나다. 태권도를 하는 어린이들이 경기장에 와서 놀고 즐긴다. 태권도 유료입장은 2013년 푸에블라 세계선수권대회부터 시작됐다. 당시 개막식도 화려했다. 1년 전의 런던올림픽 못지않았다.”
-2017년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최가 부담되겠다.
“송하진 전북지사와 유치위원장을 맡은 이연택 전 장관이 첼랴빈스크 대회 개막식을 본 이후 걱정이 앞선다고 하더라. 태권도 종주국에서 대회를 하는데도 현재 가장 취약한 부분이 관중 동원이다. 시설은 잘돼 있지만 워낙 고립돼 있는 곳이어서 무주군민도 오기가 쉽지 않다. 걱정이다. 선수들이 쉬고 즐길 수 있는 위락시설도 필요하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지 않나.
“유치위원회가 조직위로 전환될 것이다. 조직위가 만들어지면 WTF에서도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대회 기반 조성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올여름부터 태권도평화봉사단도 가동한다. 하계올림픽 종목이 28개가 있는데 평화봉사단을 통해 올림픽 정신을 세계 유소년들에게 알려주는 곳은 WTF가 유일하다.”
-종주국에서 하는 대회에서 참가국도 역대 최다가 되나.
“그럴 것이다. 첼랴빈스크에 139개국이 참가했고, 2011년 경주대회에는 141개국이 왔다. 무주에는 150개국 이상이 올 것으로 예상한다.”
-전 세계 태권도 인구가 얼마나 되길래.
“WTF 회원국이 206개국이다. 태권도 인구는 7000만∼8000만명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련을 받은 사람까지 합치면 수억명이 된다. 중국의 몇 개 성(省)은 초등학교 정규 교과목으로 태권도를 지정했다. 이런 거 더하면 더 많다.”(웃음)
-올 초 태권도가 패럴림픽 정식종목이 됐다.
“올림픽(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정식종목 채택)에 이어 패럴림픽에도 정식종목이 돼야 한다는 생각에 세계장애인태권도선수권대회에 공을 들였다. 초기엔 참가국이 적었지만 작년 제5회 모스크바 대회에는 참가국이 30개국에 육박했다. 최소 20개국, 선수 100명 이상 참가가 패럴림픽 가입 조건이다. 겨우 한 번 통과해 솔직히 기대를 안 했다. 그만큼 역사적인 사건이다.”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에서 빠질 위험은 이제 없어졌나.
“패럴림픽에 들어가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은 맞지만 영구종목이란 건 없다. 레슬링이 빠졌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들어갈 것이라고 누가 생각했나. 하지만 28개 종목 중 20개만 패럴림픽에 들어가 있다. 입지가 그만큼 탄탄해졌다. 앞으로 태권도를 더 사랑받는 스포츠, 더 공정한 스포츠로 만들어야 한다.”
-그게 어떻게 하면 가능한가.
“올림픽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재미와 공정, 두 가지가 있어야 한다. 그간 전자 헤드기어에 일부 오작동이 있었다. 차지도 않았는데 울린 적도 있다. 정확한 판정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전자호구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태권도가 더 많은 인기를 얻으려면 전자호구가 필요하다. 재미가 있다면 매스컴 주목을 받게 되고 스폰서도 붙게 된다. 이런 선순환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불과 1년 남았기 때문에 당장 근본적으로 바꾸긴 어렵다. 브라질에서 태권도에 관심을 갖고 10월초 브라질오픈 태권도대회 개최를 요청했다. 테스트 이벤트 경기가 될 것이다. 정식 테스트 이벤트는 내년 3월에 한다. 헤드기어에 소형카메라를 넣어 상대가 발차기할 때 어떻게 날아오는지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경기장에서 좀 더 태권도가 잘 도드라져 보일 수 있도록 조명 등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이란계 미국인(하스 라파티)을 사무총장에 임명했던데.
“비즈니스를 크게 하는 사람이다. 직원이 4000명 정도 된다. 국제 마케팅 감각이 뛰어나다. 국내에서 글로벌 파트너를 영입하는 것도 좋지만 제삼자 입장에서 태권도를 잘 마케팅 할 수 있을 것 같아 임명했다. 풀타임 잡(job)은 아니고 사무총장 역할을 하는 CEO다.”
-2004년 총재를 맡아 10년이 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12 런던올림픽 성공이 가장 기뻤다. 태권도의 운명을 바꿨다. 전자호구도 처음 채택됐고 판정이 공정했다. 대회 4일 동안 한순간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전자호구 오작동이 일어날까 노심초사했다. 만약 오작동 해프닝 있었으면 큰일 났을 거다. 총 8개 금메달이 8개국에 돌아갔다. 이런 기묘한 일도 있구나 싶었다. 태권도가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스포츠라 생각했다. 얼마 전 크로아티아 삼보협회장이 삼보총회에서 태권도 변화상을 소개했다. 국제화하려면 태권도처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북한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관계는 어떤가. 지난 대회에 오지 않았는데.
“첼랴빈스크에 장 위원이 못 온다는 것을 사전에 알았다. 무슨 갈등이 있거나 하는 것은 전혀 없다. 장 위원은 IOC 위원 가운데 고참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랑 긴밀한 교류가 있다. IOC 총회할 때 발언을 자주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실제로 장 위원이 앞으로 IOC가 이렇게 할 것이라고 말하고 나면 바흐 위원장도 같은 말을 한다. 핵심적인 일에 총대를 메기도 한다. 북한이 무주 선수권대회에 오려면 WTF에 가입해야 한다. 현재로선 참가가 쉽지 않다.”
-IOC 위원에 도전하나.
“전반적인 분위기는 무르익었기 때문에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게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니다.”(웃음)
한민수 문화체육부장 mshan@kmib.co.kr
[데스크 직격 인터뷰-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2017년 무주 선수권대회, 역대 최다 150개국 이상 참가
입력 2015-06-05 02:41 수정 2015-06-05 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