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66만 관객을 모은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주연배우는 김남길과 손예진이었다. 하지만 흥행의 일등공신은 유해진(45)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헤엄도 못 치면서 “음파∼음파∼”하며 산적들에게 수영을 가르치는 코믹대사로 관객을 웃겼다. 유해진은 오달수와 마찬가지로 한번 보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얼굴로 ‘빛나는 조연’의 호칭을 얻었다.
그는 중학교 시절 추송웅의 모노드라마 ‘우리들의 광대’를 보고 연극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서울예전 연극과를 나온 후 극단 목화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연극무대와 함께 틈틈이 영화 단역으로 출연하다 김성수 감독의 ‘무사’(2001)에 비중 있는 역할로 캐스팅됐다. 안성기 주진모 정우성 장쯔이 등 쟁쟁한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스크린에서 그의 얼굴이 알려진 작품이다.
이후 ‘공공의 적’ ‘바람의 전설’ ‘왕의 남자’ ‘타짜’ 등에서 때로는 험악한 인상의 악역으로, 때로는 사람 좋은 모습의 코미디 연기로 개성 있는 캐릭터를 선보인 그가 신작 영화에서 변신을 꾀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법정드라마 ‘소수의견’에서는 변호사로 탈바꿈하고, 역시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극비수사’에서는 산중 도사로 새로운 이미지를 선사한다.
김성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소수의견’은 강제철거 현장에서 일어난 두 젊은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대한민국 사상 최초로 100원짜리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변호인단과 검찰의 진실공방을 담았다. 2009년 발생했던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하면서 제작 단계부터 개봉(20일 개봉)까지 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13년 6월 촬영을 끝내고 우여곡절 끝에 2년이 지난 후 관객과 만나게 됐다.
사건을 파헤치는 사회부 여기자 역은 김옥빈이, 국가를 상대로 진실을 묻는 변호사는 윤계상이 연기한다. 유해진은 윤계상과 함께 활동하는 변호사 장대석 역을 맡았다. 넥타이를 맨 유해진의 모습이 다소 어색하기는 하다. 그는 최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자칫 법정드라마라고 해서 무거워질 수 있는데, 좀 가볍고 위트 있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곽경택 감독이 연출하는 ‘극비수사’(18일 개봉)는 1978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부산 어린이 유괴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유괴된 아이를 찾기 위해 혈안인 형사와 한 도사의 33일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범인을 쫓는 형사는 김윤석이 연기하고, 유해진은 경찰의 수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도사 김중산 역을 맡았다.
유해진은 최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평소 산을 좋아하는 게 극중 캐릭터와 닮은 점”이라며 “도사 캐릭터 연기에 가장 중요하게 신경 쓴 부분이 알 듯 모를 듯 의미심장한 대사를 이해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극비수사’ 도사와 ‘소수의견’ 변호사는 소신을 갖고 사건을 접하는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진지한 변호사로 족집게 도사로 영화배우 유해진이 변했다… 2편의 영화서 연기 변신
입력 2015-06-04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