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 충돌] 친박 연일 ‘유승민 흔들기’… “책임 지고 사퇴하라”

입력 2015-06-03 03:32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운데)가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일경제교실’에 참석한 뒤 입을 굳게 다문 채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동희 기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운데)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원유철 정책위의장(왼쪽)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는 모습. 이동희 기자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며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그동안 수면 아래서 부글부글 끓던 불만이 국회법 개정안 위헌 논란을 계기 삼아 한꺼번에 폭발하는 양상이다. 지난 2월 원내대표 취임 이후 청와대와 각을 세워온 유 원내대표를 벼랑 끝에 몰아넣고, 와해되다시피 한 친박계를 다시 한번 추스르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본격적으로 유 원내대표 흔들기 나선 친박=친박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국회에서 세미나를 열어 국회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제정부 법제처장은 “헌법에 근거 없이 국회법 개정으로 국회가 행정입법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게 되면 행정입법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또 “중앙행정기관이 국회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게 돼 강제력이 있다”고 했다.

제 처장의 발표가 끝나자마자 원내 지도부를 겨냥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장우 의원은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식물 국회’가 됐는데 국회법 개정안으로 ‘식물 정부’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며 “식물 정부를 야기한 우리 당의 원내대표는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유 원내대표는 국회가 혼란에 빠진 데 대해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몰아붙였다. 김태흠 의원도 “유 원내대표가 사퇴를 포함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예상된 것이었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진행하면 될 일을 왜 이렇게 (키우느냐)”(이이재 의원)라는 지적은 금세 묻혔다. 형식은 세미나였지만 사실상 유 원내대표에게 책임을 묻기 위한 근거 찾기 성격이 컸다. 이날 모임은 대통령 정무특보를 겸하고 있는 윤상현 의원이 주관했다. 윤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실제 친박 의원들 사이에선 ‘유승민 비토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한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나 당내 이견은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데 대해 불신과 불안감이 매우 크다”며 “관계를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본회의가 잡혀 있던 지난달 28일 청와대가 국회법 개정안 처리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음에도 유 원내대표가 이를 의원총회에서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강행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의총에 앞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선 청와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심점 없이 각자도생하던 친박이 내년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다시 한번 세 결집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YTN라디오에 출연해 “지도부의 협상이 밀려도 너무 밀렸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에 오늘부터 당내 양상이 바뀔 것”이라고 공세를 예고했다.

◇與 내부서도 “강제성 있다고 강변하는 건 아전인수”=이런 가운데 장윤석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정 국회법은 정부가 국회의 시정 요구를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다”고 했다. 장 의원은 “명시적으로 ‘요구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을 안 했음에도 강제성이 있다는 등의 논란은 공허한 논쟁”이라며 “이를 강변하는 것은 도를 넘는 아전인수요 견강부회”라고 꼬집었다. 박민식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국회법 개정안 처리는 지도부가 독단적으로 한 게 아니고 의총에서 강제 당론을 요구한 것도 아니다”며 “자유투표의 결과인데 지금 와서 특정 지도부의 책임이라고 하는 건 양심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유 원내대표에게만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니다”라고 엄호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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