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공포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역의 초등학교와 유치원 등이 무더기 휴업에 들어갔고, 한 달 뒤 열릴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는 행사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입원했던 경기도 A병원뿐 아니라 주변 학교, 기업체는 2일 사망자 발생 소식이 전해지고 감염자 수가 급증하자 패닉 상태에 빠졌다.
A병원은 이날 모든 출입문을 굳게 잠그고 외부인을 통제했고, 병원 직원 270여명 전원은 자가격리 조치가 내려져 12일까지 외출이 금지됐다. 지난달 29일 휴원 결정 이후 마지막 환자 1명이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며 모든 의료 서비스가 중단됐다. 병원의 한 직원은 “당초 10일까지만 휴원하기로 했는데 병원이 완전히 문 닫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병원 근처에서 만난 한 주민은 “전염 속도로 보면 얼마 안 있어 지역 전체가 격리 조치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불안해했다.
A병원 소재지 인근 초등학교뿐 아니라 경기도 내 학교들이 줄줄이 휴업에 들어갔다. 우선 A병원 인근 초등학교 22곳은 자체적으로 학교운영위원회를 소집해 휴업을 결정했다. 경기도 내에서 휴업을 결정한 유치원과 초·중·고교 등은 이날 오후 8시30분 현재 143곳이다. 이들 학교는 일단 5일까지 휴업한 뒤 상황을 보면서 휴업기간을 연장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경기도교육청도 예방 차원에서 학교장 판단에 따라 휴업할 것을 권고했다.
A병원 부근에서 만난 김모(36·여)씨는 “막연하게 걱정했는데 이제는 불안하다. 주위에서 사망자도 발생하고 환자도 빠르게 늘어나는 것 같아 무섭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가 메르스 확진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충북에서도 학부모들의 요구가 빗발쳐 초등학교 10곳과 유치원 1곳이 휴업하기로 했다. 충북도교육청은 해당 교사가 재직 중인 초등학교와 이 교사가 만난 교사들이 재직하는 학교 4곳도 휴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외도 도내 초등학교 5곳과 유치원 1곳이 학부모들의 요구를 수용해 휴업하기로 했다. 이 교사는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아버지와 접촉했으나 메르스 증세는 보이지 않았고, 다행히 이날 밤 음성판정이 내려졌다.
울산 지역 7개 학교는 3일부터 예정됐던 경기도권 수학여행을 포기했다. 제주 일부 학교도 이달 중 예정이던 수학여행을 연기했다. 경기도내 지방자치단체들은 다중집합행사를 취소 또는 연기하고 있다. 안성시는 3일로 예정됐던 삼흥∼옥정 간 도로 준공식 등을 취소했고, 성남시도 3일 오후 분당구 야탑역 광장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원정경기 거리 응원전을 취소했다. 수원시는 3∼4일 전남 화순과 나주 일원에서 열 예정이던 2015 간부 공무원 역량강화 워크숍을 전격 취소했다.
당장 한 달 뒤인 7월 3일 개막하는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U대회)에 ‘메르스 비상’이 걸렸다. 메르스 공포가 계속되면 대회 개최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와 U대회 조직위는 4일 U대회 선수촌 병원장과 조선대병원 등 보건 당국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메르스 대응 전략회의’를 개최키로 했다. 전 세계 140여개국 1만3000여명의 선수와 임원진이 참여할 U대회에는 중동에서 8개국 450여명이 올 예정이다.
시와 조직위는 이에 따라 중동 선수단의 감염 여부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과 인천공항 등의 검역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전국종합 kangc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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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3 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