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 박 대통령에 친서 전달 의향”

입력 2015-06-03 02:44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13일 방한하는 인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앞으로 친서를 보내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전날 박 대통령이 모리 요시로 전 일본 총리를 비롯해 한·일현인회의에 참석한 양측의 원로들을 만난 자리에서 “양국이 힘을 합쳐야 할 분야가 많은 만큼 입장 차이는 대화를 통해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과 맞물려 꽉 막힌 한·일 관계를 푸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한·일 국회의원 친선축구시합을 위해 방한하는 에토 세이시로 전 중의원 부의장은 2일 총리관저에서 아베 총리를 만나고 나온 후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에토 전 부의장은 ‘축구외교추진의원연맹’의 회장으로서 이 연맹 소속 일본 의원들을 데리고 방한해 한일의원연맹 소속 한국 의원들과 축구 시합을 가질 예정이다. 양국 의원 간 축구대회는 1997년부터 7차례 개최됐지만 한·일 관계 악화로 2006년 이후 중단됐다가 올해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아 9년 만에 재개됐다.

아직 에토 전 부의장의 박 대통령 예방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예방이 이뤄지고 전향적 내용의 친서가 전달될 경우 관계 개선의 물꼬가 터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달 22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앞두고 어떻게든 양국 관계를 진전시켜 놓아야 할 필요성이 있어 친서를 통해 그런 분위기를 마련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아울러 14∼18일 미국 방문을 앞둔 박 대통령도 일본과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마련해 놓아야 방미길이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18일 방한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한·일 양국이 역사 문제에 자제심을 갖고 대처하고 계속 대화하며 해결책을 찾길 바란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런 분위기와 관련, 전날 기와무라 다케오 전 관방장관도 박 대통령 접견 후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이) 조속히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려고 노력하는 뜻을 느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친서와 관련해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로서 현재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