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비상] 유커 特需 직격탄… 2500여명 방한 취소 ‘사스 악몽’ 재현되나

입력 2015-06-03 02:35

메르스가 확산되면서 2500여명의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한국 방문을 취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항공·여행업계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대유행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며 초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2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일 기준 한국 관광 예약상품을 취소한 유커는 2000여명으로 집계됐다. 대만 관광객 500여명도 한국 여행을 포기하면서 중국계 외국인 총 2500여명이 우리나라 방문을 취소한 것이다. 국내 여행사 1위 업체인 하나투어의 경우 오는 4일부터 11일까지 패키지여행 상품을 이용해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출발, 우리나라에 입국할 예정이었던 중국인 300여명이 예약을 취소했다. 2위 업체인 모두투어에서도 6월 한국 여행상품의 유커 예약 취소율이 9%에 이르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통제불능 양상까지 보이면서 향후 유커가 한국 방문을 취소하는 사례는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610만명이 방한하며 한국 관광·유통산업을 견인했던 ‘유커 특수’가 직격탄을 맞게 되는 셈이다. 관광시장에서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으로 유커가 발길을 돌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항공업계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예의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커 수요 위주로 일부 항공편에 대한 취소가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직접적인 대거 취소 행렬이 이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관련한 문의는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항공사들은 메르스 추가 확산의 최대 고비로 보이는 이번 주가 지나봐야 업계에 미칠 파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항공업계는 아시아 지역에서 사스가 창궐했을 때 천문학적 규모의 피해를 입은 바 있다. 2003년 3∼6월 여객탑승률이 10∼30% 포인트 떨어졌고, 한국을 찾은 연간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당시 직접적인 피해액수만 수천억원대로 추산됐다.

항공사들은 발 빠르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대비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우선 메르스 감염이 의심되는 승객에 대해선 탑승 불가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또 인천국제공항은 물론 리야드, 제다, 두바이 등 중동지점 내 마스크 및 손 소독제를 비치했다. 해당 노선 기내에도 보호구 세트를 준비했다. 중동편 기내 방역작업은 매일 실시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항공기 운항 중 메르스 감염 의심 승객이 발생했을 때 해당 승객의 모든 물품을 감염성 폐기물로 취급, 특수한 봉투에 넣고 안전하게 밀폐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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