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비상] 과거 전염병은 경제에 어떤 영향 끼쳤나

입력 2015-06-03 02:59

메르스가 한국 경제에 타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대형 전염병의 경제 변수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2003년 유행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으로 중국·홍콩 경제가 곤두박질쳤고,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로 국내 소비가 위축된 바 있어 메르스 조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한국 경제의 ‘전염병 리스크’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0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전염병은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지난해 에볼라 바이러스 등 세 차례였다. 이 중 전 세계에 가장 큰 공포를 안겨 준 대규모 전염병은 사스였다. 발병지였던 중국과 홍콩의 사스 감염자와 사망자 수는 각각 7082명, 648명에 달했다. 경제적 파급 효과도 대단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2003년 1분기 4.1%를 기록했던 홍콩의 경제성장률은 사스가 발생한 2분기 -0.9%로 급락했다. 중국도 그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2.9% 포인트 하락했다. 중국과 홍콩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수가 급감하고, 경제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ADB는 사스로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0.6% 포인트 잠식됐다고 분석했고, 브루킹스 연구소는 전 세계적으로 400억 달러(약 45조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추산했다. 한국의 경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현대경제연구원 추산에 따르면 수출 감소와 해외여행 수입 감소 등 영향으로 20억∼33억 달러(2조2000억∼3조7000억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한국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전염병은 신종플루다. 1만5160명이 신종플루 확진을 받았고 260명이 사망했다. 2009년 당시 신종플루의 전염력 때문에 내수 업종은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신종플루 확산을 막기 위해 수학여행 등을 자제시키면서 그해 3분기 여행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9% 급감했다. 지난해 유행한 에볼라 바이러스는 유엔세계식량계획(WFP) 조사에 따르면 서아프리카 에볼라 창궐 3개국인 라이베리아, 기니, 시에라리온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최소 12%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메르스의 경제적 피해가 사스, 신종플루 등의 경우처럼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전염병은 사람들이 이동하면서 가치가 창출되는 관광업 등 서비스산업을 위축시킨다”면서 “메르스 대응을 제대로 못할 경우 정부 신뢰가 무너져 다른 산업까지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신종플루 유행 당시 정부의 미숙한 대응이 경제적 피해를 키운 측면이 있다”며 “한국 경제가 미약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메르스 진압에 실패하면 회복의 불씨가 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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