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체제 도입 필요” “독자생존 불가” 반대… 당국-거래소 ‘코스닥 분리안’ 공방

입력 2015-06-03 02:53

거래소 구조개편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코스닥시장 분리방안을 놓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금융 당국과 한국벤처기업협회에서는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모험자본을 육성하려면 코스닥을 거래소에서 따로 떼어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거래소 측은 코스닥의 수익구조가 취약해 독자생존이 어렵다며 맞서고 있다. 거래소 개편 태스크포스(TF)를 가동 중인 당국은 이르면 이달 말쯤 거래소 개편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코스닥 분리에 찬성하는 이들은 경쟁체제를 도입해 독점적인 거래소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최근 토론회에서 “코스닥시장이 신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중견기업 중심이어서 중견 미만 기업에 대한 시장공백 기능이 지속되고 있다”며 “중소·벤처기업의 육성 기능 지원이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2003∼2011년 코스닥의 기업공개(IPO) 건수는 연평균 59건이었지만 2012∼2014년 IPO 연평균 건수는 42건으로 하락했다는 점도 코스닥의 본래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표로 활용된다.

이 때문에 당국은 코스닥시장을 거래소에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복수의 거래소가 세계적 추세라는 점, 코스닥이 본래의 취지대로 중소·벤처기업의 투자 회수 경로로 활용될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는 게 근거다. 당국은 코스닥 분리안이 단기적으로는 상장 요건을 완화해 상장기업 수를 늘리는 순기능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

코스닥 분리안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2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한국거래소 지배구조 개편 제언’ 공청회를 개최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창조경제정책포럼 주최로 열린 이 자리에 거래소 관계자들은 패널로 초청받지 못했다. 공청회에서는 시작 직후부터 거래소 직원들이 “왜 거래소엔 발언 기회를 주지 않느냐”고 강하게 항의하면서 큰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 분리에 반발하는 데 대해 2005년 당시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 코스닥위원회 등을 통합했던 전략에 어긋난다고 이유를 댄다. 코스닥이 거래소 체제를 벗어나면 경쟁력을 잃어버릴 것이란 우려도 크다. 거래소 측은 주식거래 수수료가 유일한 수입원인 코스닥의 특성상 거래량이 감소하는 시기에는 코스닥의 독자생존이 어렵고, 분리 후에도 별도 시스템 구축비용이 필요해 수익구조는 더 악화할 것으로 본다. 코스닥만 분리될 경우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코스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거래소는 현 체제를 유지하되 장기적으로 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게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각 사업본부를 자회사로 분리하되 이를 지주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으로 ‘통합 거래소’의 취지와 맞아떨어진다. 코스닥시장본부만 거래소의 자회사로 떼어내는 방안과는 다르다. 거래소 관계자는 “통합 거래소 전략에 따라 글로벌 경쟁 체제를 준비하며 차근차근 성장해 온 코스닥을 이제 와서 떼 내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며 “코스닥의 수익성이나 대외적 평판이 하락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