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만든 시행령의 수정을 국회가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은 위헌일까. 헌법학자들도 견해가 팽팽하게 엇갈렸다. 국민일보가 2일 헌법학자 10명을 인터뷰한 결과, 6명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4명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국회의 수정 요구권에 강제성이 있는지, 삼권분립에서 입법·사법·행정 권한의 경계는 어딘지를 놓고 해석과 판단이 조금씩 달랐다.
◇국회 ‘수정 요구권’에 강제성 있나=핵심은 시행령이다. 제정·수정 권한은 전적으로 행정부에 있고, 시행령이 적법한지 판단하는 최종 심사권은 사법부(대법원)에 있다. 입법부인 국회는 시행령의 모법(母法)을 만든다. 그동안 국회는 시행령이 모법의 취지와 어긋날 경우 정부에 해당 내용을 통보해 왔다.
개정안이 문제가 되는 것은 국회가 시행령의 수정을 ‘요구’하고, 정부가 이를 ‘처리’해야 한다고 명시한 부분 때문이다. 수정 요구가 강제성을 띠게 되면서 국회가 행정부의 헌법상 권한을 침범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고려대 장영수 교수는 “권고가 아니라 요구한다는 것은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는 얘기다. 국회가 정부의 권한을 대신 행사하는 셈인데, 이는 상호 견제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며 위헌 의견을 냈다.
반면 서강대 임지봉 교수는 “정부는 수정 요구가 오면 ‘처리’해서 결과를 보고만 하면 된다”며 “정부가 이를 따르지 않더라도 제재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강제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강제성이 없는 요구이기 때문에 “삼권분립을 침해한다”는 정부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설명이다.
◇시행령 수정권한은 국회 고유권한인가=국회의 권한이 어디까지인지도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위헌이라고 본 6명은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행정입법의 재량에 무게를 뒀다. 서울시립대 김대환 교수는 “법을 집행하는 것은 행정부이고, 구체적인 법 집행과정에서는 재량권이 필요하다”며 “그 재량권 중 하나가 행정입법인데, 이를 통제하겠다는 것은 월권행위”라고 지적했다. 장영수 교수는 “시행령에 대한 국회 판단이 틀릴 수도 있는데, 개정안에는 정부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사법부 권한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중앙대 이인호 교수는 “시행령이 상위법률에 위배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사법부 고유권한”이라며 “그걸 국회가 미리 판단을 하면 법원의 통제권한을 침해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양대 박종보 교수와 충남대 심경수 교수도 같은 생각이었다. 동국대 김상겸 교수는 “헌법은 시행령이 잘못된 점이 있다면 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판단하도록 권력을 분산시켜 뒀다”며 “이를 무시하고 전지전능한 권력을 갖고 있다고 믿는 국회는 ‘위헌국회’”라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고려대 김선택 교수는 “원래 입법권이라는 것은 국회의 권한”이라고 판단했다. 국회가 행정입법이란 권한을 정부에 위임한 것이기 때문에 행정입법권이 정부의 고유 권한이라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고 했다. 독일에서는 국회가 행정입법을 수정·변경·폐지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경북대 신평 교수도 “법률 취지와 어긋난 시행령을 만들 때 국회가 그걸 고쳐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국회의 권한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건국대 한상희 교수는 “지금껏 행정이 법률이 아닌 행정입법에 의해 집행돼 왔다”며 “개정안은 이를 정상화하는 국회의 노력이며, 오히려 권력분립을 더욱 공고히 하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현수 나성원 양민철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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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3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