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한 보병사단 신병훈련소에서 사격 훈련을 하던 A씨의 말에 부대가 발칵 뒤집혔다. A씨는 조교에게 “총구를 돌려 다른 훈련병을 해칠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갈 것 같아 새벽에 자살을 시도했다가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중학교 시절 당했던 집단 따돌림으로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했다. 신병훈련소 지휘관들은 즉시 A씨를 사격과 수류탄 훈련에서 제외했다. 우울증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게 했고, 조교를 밀착 배치해 A씨를 관리했다.
A씨는 자대배치 직후 실시된 적성적응도 검사에서도 ‘우울·좌절감을 느끼고 군 생활에 비판적이며 심리상담 및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부대는 A씨의 관리 등급을 ‘C(기본관리대상)’에서 ‘A(특별관리대상)’로 조정했다.
그러나 A씨에게 실질적으로 내려진 조치는 선임병사 한 명이 멘토로 지정된 게 다였다. 의사의 전문적 진료나 치료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휘관·상관들과의 면담은 대부분 형식적인 위로와 격려에 그쳤다. 결국 A씨는 자대배치 12일 만에 부대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9부(부장판사 함종식)는 A씨 유족들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모두 81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부대 지휘관들은 A씨의 높은 자살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주의 깊게 관리하거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A씨 역시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은 채 극단적인 행동을 선택한 잘못이 있다”며 국가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사격훈련 중 다른 훈련병 해칠 것 같다”… 특별관리 병사 자살 방치 軍
입력 2015-06-03 02:41